朴대통령을 허수아비에 비유한 그림 논란… 광주시, 정치적 성향의 걸개그림 ‘세월오월’ 수정 요구

입력 2014-08-07 03:45
민중미술작가 홍성담씨가 6일 광주 동구 금남로 메이홀에서 자신이 그린 대형 걸개그림 '세월오월' 가운데 논란이 되는 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시가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에 전시할 걸개그림에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하는 내용이 있어 수정을 요구했다. 80년대 대표적인 민중미술작가인 홍성담(59)씨는 오는 8일 광주시립미술관에서 개막하는 ‘광주정신’전에 가로 10.5m, 세로 2.5m의 대형 걸개그림인 ‘세월오월’을 선보인다.

세월호 참사에 큰 충격을 받은 홍씨는 80년 5월 광주민중항쟁 당시 시민군과 대인시장에서 주먹밥을 나눠주던 오월 어머니가 힘차게 세월호를 들어올리는 장면을 그려넣었다.

문제의 장면은 김기춘 비서실장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조종’을 받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 홍 씨는 큐레이터와 작품 제작에 참여한 작가들과 논의를 거쳐 박 대통령의 모습을 허수아비로 형상화하고 5월 시민군이 놀라는 모습을 함께 그려 넣었다.

이 작품에는 로봇 물고기가 되어 강을 헤엄치는 이명박 전 대통령, 광주항쟁 당시 시민군에게 짓밟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윤창중 전 대변인과 낙마한 문창극 총리 후보자, 이건희 삼성 회장 등의 얼굴도 등장한다. 광주시는 김 실장과 박 전 대통령의 계급장과 선글라스 등을 문제 삼았다.

광주시는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세월오월’은 그림 일부 내용이 광주비엔날레에서 제시한 사업계획의 목적 및 취지에 부적합하다”며 “공공청사인 시립미술관에 전시하는 것이나 외벽에 게시하는 것을 불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출장 중인 윤장현 시장도 “창작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지만 시비가 들어가는 비엔날레 특별전에 정치적 성향의 그림이 걸리는 것은 맞지 않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홍 씨는 2012년 6월 광주시립미술관 개관 20돌 기념전에서 4대강 사업을 비하하는 작품을 선보였으나 광주시의 요구로 다른 작품으로 교체된 적이 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