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일 발표한 내년도 세제개편안에는 기업투자와 가계소득 증대를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핵심은 대기업에 쌓여 있는 현금을 기업소득 환류세제라는 채찍을 들이대 풀도록 유도하고 근로소득 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등 당근으로 가계 주머니를 두둑이 채워 내수를 진작시키겠다는 것이다. 최경환 경제팀이 야심차게 내놓은 가계소득 증대 3대 패키지는 저성장 늪에 빠져가는 한국경제를 살리기 위해 3년간 한시적으로 도입되는 고육책이다.
문제는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를 그린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전반적으로 실효성이 의심스럽고 궁극적 목표인 가계소득 증가로 이어질지도 회의적이다. 이명박정부 때 법인세 감면과 고환율 정책으로 혜택을 본 대기업들은 500조원이 넘는 사내유보금을 쌓아놓고 있다. 과거는 묻지 않고 앞으로 3년간 발생하는 당기순이익의 일정 규모를 투자나 배당, 임금인상 등으로 풀지 않으면 10%의 추가세금을 물리겠다고 한다. 재계 반발에 밀려 채찍이 무뎌지다 보니 실제 세금을 내야 하는 기업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배당소득 증대세제는 배당을 늘려 소액주주들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실속은 대주주들이 챙기게 돼 논란거리다. 고배당 기업의 소액주주 원천징수 세율은 기존 14%에서 9%로 인하되고 대부분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인 대주주의 경우 지금은 최고 38% 세율을 적용받지만 25%의 단일 분리과세 세율을 선택할 수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취지를 훼손한 것은 물론 ‘부자감세’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가계의 지갑을 열게 하려면 저소득계층과 중산층이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이 있어야 하는데 눈에 띄지 않는다. 근로소득 증대세제를 통해 임금인상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주겠다고 했지만 자금 여유가 있는 일부 대기업에 집중될 것으로 보여 오히려 가계소득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적용 기한을 2년 더 연장하고 현금영수증·체크카드 사용분 소득공제율을 높이는 등의 세제 혜택만으로 가계의 지갑을 열기는 역부족이다.
이번 세법 개정으로 늘어나는 세수는 5680억원 정도다. 경제 살리기를 명분으로 원칙 없는 비과세·감면을 되풀이하다 보니 세수 부족과 재정 적자가 만성화되고 있다. 결국 열쇠는 기업이 쥐고 있다. 기업이 투자에 나서고 임금과 배당을 늘려야 가계소득이 늘고 경기도 살아나게 된다. 세제를 동원한 유인책은 한계가 있는 만큼 규제완화가 더욱 중요한 이유다.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새누리당은 기업 사내유보금 과세에 대해 이중과세인 데다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우려하고 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사내유보금 과세는 물론 한발 더 나아가 법인세율도 원상복구시켜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세제개편안이 침체에 빠진 경제를 살리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당리당략을 떠나 면밀하게 다듬어야겠다. 행여 이해단체의 로비에 세제개편안을 누더기로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
[사설] 세제개편안으로 가계 지갑 열 수 있겠나
입력 2014-08-07 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