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군사훈련소 총기 난사… 美 육군 소장 피살

입력 2014-08-07 02:44
아프가니스탄 군사훈련소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미국 육군 소장이 숨졌다. 미군 철수를 앞둔 아프가니스탄 상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5일(현지시간) 아프간 수도 카불 근교에 있는 사관학교에서 총격 난사 사건이 발생해 미군 장군 1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후 미 국방부는 사망한 장군이 해럴드 그린(55) 육군 소장이라고 확인했다. 미 언론들은 그린 소장이 2001년 9·11테러 사건은 물론 1970년대 베트남전 이후 해외 전장에서 사망한 최고위급 미군 장교라고 전했다. 이번 총격으로 인한 부상자 15명 중 7명은 미군이며 독일군 준장 1명과 영국군 5명, 아프간 장성 2명도 포함됐다고 군 관계자는 말했다.

아프간 국방부 대변인인 무함마드 자히르 아지미 장군은 “보안군 복장의 테러리스트가 훈련소 교관들과 동료 외국 병사들에게 총격을 가했다”면서 “범인은 아프간 병사들에 의해 사살됐다”고 밝혔다.

커비 대변인은 “이번 총격 사건은 일상적인 군사 훈련소 방문 과정에서 일어났다”면서 “이런 식의 ‘내부자에 의한 공격’은 매우 치명적이지만 미리 알아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아프간과 미 국방부는 총격 원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아프간 보안 소식통은 아프간 군인과 그를 훈련시키던 외국군 교관 간에 말다툼이 벌어진 후 발생했으며, 숨진 그린 소장은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총을 맞았다고 전했다.

그린 소장은 내년 미군 철수를 앞두고 아프간 보안군의 훈련과 육성 과정에서 중심인물이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공병 출신이었던 그가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디지털 기기를 군사력 강화에 응용하는 능력이 뛰어났다며 ‘기기(機器) 전문가’라고 지칭했다.

범인이 그린 소장만을 겨냥해 총격을 가하진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엄중한 경비를 받는 장성까지 사망했다는 점에서 아프간이 여전히 얼마나 위험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AP통신에 따르면 2012년 이후부터 아프간 보안군에 의한 나토군 공격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지금까지 40명이 넘는 희생자가 발생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성명에서 이번 총격 사건에 대해 “비겁한 짓이며, 아프간의 강한 체제를 반대하는 적들이 한 행동”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