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원화 강세로 인한 경영난에 맞서 ‘중·대형 차량 판매 증대’ 카드를 꺼냈다. 한 대를 팔더라도 수익이 더 남는 중·대형차로 상반기 실적 부진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다.
정 회장은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파운틴밸리시 현대차 판매법인 신사옥을 찾아 “제네시스 쏘나타 등 신차의 판매를 늘려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의 ‘환율 파고’를 정면 돌파하자”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데이브 주코브스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 사장으로부터 최근 미국시장 현황에 관한 업무보고를 받았다. 미국은 도요타 닛산 등 일본 업체들이 ‘엔저’를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기아차는 차량 판매는 늘었으나 점유율에서는 정체 상태다.
정 회장은 “미국시장의 변화 앞에 흔들리지 말고 침착하게 선제 대응하면 오히려 큰 기회가 우리에게 올 것”이라며 “경쟁 회사가 할인정책을 편다고 그동안 어렵게 쌓아온 ‘제값 받기’ 노력을 헛되이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아차 현지 판매법인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도 “카니발과 신형 쏘렌토 등 신차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공격적, 창의적 마케팅을 준비하라”고 주문했다. 정 회장의 언급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불리한 환율 상황을 돌파하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현대차는 “중·대형차 판매 증대는 수익성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브랜드 인지도를 향상시킬 수 있어 미국에서 한 단계 도약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미국시장에서 지난해보다 6% 증가한 133만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美 판매법인 찾은 MK “중·대형車 판매 늘려 환율 파고 뚫자”
입력 2014-08-07 0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