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에 장마와 태풍이 잇따르면서 피서지 특수를 노리던 관련 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해수욕장들은 높은 파도로 아예 입수가 금지됐고, 큰 비로 물이 갑작스럽게 불어난 계곡 등도 피서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6일 부산시와 해운대구청에 따르면 매년 8월초 주말 평균 10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던 해운대 해수욕장에 지난 주말 15만명이 방문했다.
해운대를 포함해 부산시내 7개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 219만명의 5분의1 수준인 45만6000명으로 급감했다. 전국 66개 해수욕장도 태풍 영향으로 입수가 금지된 해수욕장이 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방문객이 30∼40% 감소했다.
태풍 피해가 컸던 남해안과 서해안의 피서지 인근 대형마트도 매출이 뚝 떨어졌다. A마트의 경우 경남 통영점과 전남 여수점 등의 지난 주말 매출은 지난해보다 평균 5% 이상 하락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바캉스용품 반값 행사를 대대적으로 벌이는 등 공을 들였지만 주말 태풍 탓에 세일 효과를 전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해수욕장 주변 편의점들도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 편의점 GS25에 따르면 지난 1∼3일 부산 광안리와 해운대, 강릉 경포대 등 주요 10개 해수욕장 인근 편의점 점포 매출은 지난해 8월 첫째 주말과 비교해 평균 16.8% 줄었다. 세븐일레븐도 같은 기간 전국 8개 해수욕장 인근 편의점 점포 매출이 지난해 보다 17% 줄었다.
성수기 대목을 기대했던 제주지역 관광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제주지방기상청은 올 여름 제주지역 장마(6월 17일∼7월 28일) 기간 비가 내린 날은 21일로, 평년(18.3일)보다 3일 정도 늘었다고 밝혔다. 강수량은 441.5㎜로 평년 수준(398.6㎜)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달 폭염일수도 제주시 3일, 서귀포시 1일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4일을 제외하고,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진 것과 비교할 때 올 여름에는 초반부터 더위가 꺾인 셈이다.
여기에 태풍까지 연이어 발생하면서 해수욕장 인근 식당과 계절음식점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제주시 이호해수욕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52)씨는 “주말마다 비 날씨가 이어지면서 작년에 비해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다”며 “장사를 못해 인건비도 주기 힘들다”고 하소연 했다.
해수욕장 인근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강모(45)씨는 “태풍으로 피서객들이 높은 파도만 바라보다 대부분 돌아갔다”며 “한철 장사로 1년을 버티는데 올해는 아예 기대를 접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115만5580명으로 전년 대비 9.3% 늘었으나 한자릿수 증가율로 둔화됐다. 특히 극성수기인 지난 주말에는 태풍 영향으로 내도 관광객이 일시적으로 55%나 줄었다.
도관광협회 관계자는 “제11호 태풍 소식까지 들려와 암담하다”며 “여름 특수까지 실종되면서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제주 관광업계가 깊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
잇단 장마·태풍에… 휴가철 피서지 특수 실종
입력 2014-08-07 0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