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ARF서 中·日과 양자회담 추진

입력 2014-08-07 02:46
북한이 미얀마 네피도에서 9∼10일 개최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때 중국과 양자 회담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냉랭했던 북·중 관계가 회복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한은 아울러 일본, 몽골과도 양자 회담을 추진하는 등 전방위 외교전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ARF에는 북한을 비롯한 아·태 지역 27개국 외교장관이 모이는 자리다.

6일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수용 북한 외무상은 9일 또는 10일 네피도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양자 회담을 갖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이 회담을 추진해 왔고, 북한도 적극 응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외무상은 베트남 방문을 마치고 8일 오후 하노이에서 네피도로 들어온다. 북한 대표단은 이 외무상과 김명길 외무성 아태국장, 한태송 국제기구국 부국장 등 11명으로 구성됐다.

북·중은 지난해 2월 3차 핵실험과 지난달 한·중 정상회담 등을 거치면서 관계가 계속 악화돼 왔다. 특히 양측에서 최고 지도자가 모두 바뀌었지만 최고위급 방문 교류가 없었다. 따라서 이번 양자 회담에서는 관계 회복 노력과 함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방중 문제 등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6자회담 재개 문제를 집중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무상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과도 회동할 예정이어서 북·일 납치자 재조사 문제가 거론될 전망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방북 문제가 논의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외무상은 이번 미얀마 방문을 전후해 라오스 베트남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등도 순방한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및 왕이 부장과 양자 회담을 각각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과도 양자 회담을 할 가능성이 있지만, 양자가 아닐 경우 한·미·일 3국 간 회담에서 만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남북 외교수장 간 ‘깜짝 만남’도 예상된다. 전체 외교장관들이 모이는 회의가 2차례 있고, 대기실에서 조우할 기회도 여러 번 있다. 다만, 북한 대표단은 당초 우리 대표단과 같은 네피도의 그랜드 아마라 호텔을 숙소로 잡았다가 이후 갑자기 인근의 다른 호텔로 교체한 것으로 알려져 만남을 회피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ARF 회의에서는 북핵 문제가 주요한 의제 중 하나로, 의장성명에도 북한의 4차 핵실험을 반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 아울러 남중국해 문제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도 다뤄진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