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체휼하며 손을 내밀어야 할 때

입력 2014-08-07 02:36

“진달래 지고 철쭉 피던 붉은 석양녘 / 당신의 인생도 꽃망울을 맺으며 꿈의 바다로 향하였지요 / 아련한 추억의 꽃을 피우기 위해 설레는 가슴으로 / 저녁 바다에 올랐을 때 / 갈매기가 그토록 서럽게 울었던 이유는 그 때문이었을까요 (중략) 우리가 절망과 슬픔의 저 검은 파도를 넘어 / 햇살 눈부신 소망의 항구에 이를 때까지 / 그 곳에서 쉬지 말고 우리에게 이야기해 주십시오 / 눈물이 마르도록 그리운 당신이여, 우리 가슴에 여전히 노란 물결로 남아 있는 / 잊을 수 없는 그대 이름이여.”

이 시는 서울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회복을 위한 위로예배 때 필자가 낭송했던 자작시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을 때 온 국민은 가슴을 치며 울었다. 특히 한국교회는 온 교회마다 철야기도를 하고 금식하며 한 명이라도 생환하기를 바라며 눈물로 기도했다. 필자도 안산기독교연합회 회장인 유재명 목사와 소통하면서 한 사람이라도 구조되기를 염원하며 가슴 저리게 기도했다. 그러나 결국 한 명도 돌아오지 못했다. 더 이상 생환자가 없을 것이라는 비보를 듣고 합동분향소를 매일같이 찾았다.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살아 있는 것조차 미안해서, 아니 그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그런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으로 안산제일교회와 명성교회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위로와 회복을 위한 한국교회 연합기도회를 교인들과 함께 섬겼다. 그리고 어느덧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도 100일이 훌쩍 지났다. 요 근래에 합동분향소에 갔더니 사람 발길도 뜸해졌다. 물론 세월이 가면 그럴 수밖에. 우리가 영원히 조문만 하고 슬픔에 빠질 수만은 없을 테니까. 그러나 여전히 슬픔과 고통의 늪에 빠진 유가족들을 언제까지 그대로 둘 것인가. 정부에서는 하루속히 진상규명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여야도 세월호 특별법을 하루속히 처리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안산의 상처 받은 유족들을 위한 힐링 프로그램과 적절한 보상을 병행하며 빨리 유가족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유가족들 중에는 아직도 시신을 못 찾아서 팽목항 체육관에 남아 있는 분들이 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정부가 빨리 해결해 주어야 한다.

이제 대다수의 국민들도 서서히 세월호의 기억을 잊어갈 것이다. 세월호의 아픈 기억이 잊혀질수록 유족들의 아픔과 상처는 더 화석처럼 굳어져 갈 것이고, 자칫 사회적 저항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더욱이 유족들의 증폭된 분노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세력도 생길 것이다. 그러면 그 피해는 유가족과 국민 모두에게 돌아온다. 그렇다고 누가 유족들에게 그만 일상으로 돌아오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제는 산 사람이라도 살아야 할 것이 아니냐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유족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라도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또한 언제까지 슬픔과 상념의 굴레에 사로잡혀 있을 수만은 없다. 유족들이 상처와 분노의 가시밭에 앉아 있지만 말고 다시 눈물을 닦고 일어서서 일상의 삶으로 복귀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런 일들을 위해 한국교회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한국교회는 신학과 교리를 앞세울 때는 아픔과 분열이 있었다. 그런데 섬김과 봉사를 해야 할 때는 항상 하나가 되었다. 분명한 것은 교계는 어떻게든지 정부 쪽에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충분한 보상을 할 수 있도록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한국교회가 먼저 자성하고 국가 개조를 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생명 존중 운동을 펼쳐야 한다. 그리고 절대로 이 아픔과 상처를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어떤 방법으로든지 한국교회가 유가족들을 치유하고 회복하고 일어서게 하는데 모든 역할을 다해야 한다. 그들이 다시 절망과 상처의 검은 바다를 지나 저 희망의 바다, 은혜의 바다로 다시 항해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들의 고통과 아픔을 함께 체휼하며, 그러면서도 어떻게든지 그들로 하여금 희망의 닻을 붙잡고 다시 일어서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야 할 때이다.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