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한 바퀴 감을 불량전선 4만㎞나 전국에 유통됐다

입력 2014-08-06 04:15
110억원 상당의 불량 전선을 제조한 업체 대표와 중간 유통상 등 40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5일 전기용품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로 김모(55)씨 등 전선 제조업체 대표 3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서모(36)씨 등 중간 유통상 3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 등 제조업체 대표들은 2012년 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알루미늄에 구리를 씌운 일명 CCA(Copper Clad Aluminium)를 재료로 만든 20억원 상당의 불량전선을 제조해 중간 유통상에게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당국의 인증 규격 자체가 없는 굵기의 전선 90억원 상당을 임의로 제조하는 등 총 4만4000㎞ 길이의 불량 전선을 제조·유통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씨 등 중간 유통상은 해당 업체가 만든 전선이 불법 제품인 사실을 알면서도 정상가보다 싸게 매입해 소비자들에게 판매한 혐의로 입건됐다. 이들은 유령업체나 폐업한 업체 상호를 제품에 표기하는 방식으로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통신선 등 일부에만 사용해야 하는 CCA를 전선으로 사용할 경우 구리 전선보다 도체저항 이 높아 열이 과다하게 발생해 화재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안전성을 시험하기 위해 한국전선공업협동조합에 의뢰한 결과, 단면적 1.5㎟ CCA선에 공업용 난방 스토브를 연결한 지 4분51초 만에 전선이 터지면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절연체를 벗기고 라이터로 가열하자 CCA는 3∼4초 만에 녹아서 끊어졌다”며 “이들이 제조한 불량전선은 지구 한 바퀴를 감을 정도로, 일반 가정에 다량 유통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