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성 육군참모총장과 이성한 경찰청장의 5일 전격 동반퇴진은 “책임을 묻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언급이 결정타였다.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사망 사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시신 확인 과정을 두고 극도로 악화된 여론을 이기지 못한 측면도 크다.
◇박 대통령 언급 이후 전격 퇴진=권 총장과 이 청장의 퇴진은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군 및 검·경을 공개적으로 질타한 지 불과 8시간여 만에 이뤄졌다. 권 총장은 박 대통령이 ‘일벌백계(一罰百戒)’의 고강도 문책 방침을 천명한 이후, 이 청장은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는 언급 이후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두 사람의 사의 표명 소식을 보고받고 특별한 반응을 보이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권 총장은 전날 국회 국방위에 출석했을 때만 해도 거취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 청장 역시 지난달 22일 청와대로 소환됐지만 사퇴론은 크게 불거지지 않았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당초 문책보다는 진상 규명이 우선이라는 분위기가 강했으나 박 대통령 언급 이후 기류가 급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강도 높은 언급 배경에는 이번 사건이 자칫 세월호 참사 후 국정 정상화에 시동을 건 2기 내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박 대통령은 여름휴가 이후 처음으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참담하다” “뿌리 뽑아야 한다”는 등의 격정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이번 사건에 미흡하게 대처할 경우 민심이 한층 악화될 수도 있는 만큼 조기에 차단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으로 관측된다. 향후 국정 운영에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책임론 조기 봉합은 불투명=두 사람의 사임은 사태를 조기봉합하려는 박 대통령의 분명한 의지가 반영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 책임져야 할 인사들이 이 선에서 그칠지는 장담할 수 없다. 군 검찰은 이미 윤 일병 사건 관련 지휘관들의 직무유기 가능성에 대한 추가 수사에 나섰다. 국방부 감사관실도 관련 감사에 착수해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는 예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야권은 지난 4월 윤 일병 사건 발생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김관진 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겨냥해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할 말이 없다”고 말했지만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또 6월 말 취임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재경 인천지검장 사퇴로 일단락되는 듯했던 검찰 수뇌부의 책임론 역시 앞으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김진태 검찰총장 사퇴론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얘기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청와대가 김관진 실장이나 황교안 법무부 장관으로 책임론이 번지기 전에 사실상 ‘꼬리 자르기’를 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윤일병 사망 파문] 朴 대통령 “일벌백계” 8시간 만에 전격 결정
입력 2014-08-06 0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