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별 최소 이수단위를 정하는 일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난제다. 이수단위는 일선 학교의 교사 수요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교원양성기관의 학생 수와 직결되는 부분이다. 해당 교과를 몇 시간 가르칠지 정하는 문제를 넘어 해당 학문의 위상까지 연결되는 민감한 영역이다. 그러나 이수단위 결정은 시작에 불과하다. 성공적인 문·이과 통합을 위해서는 대입제도 개편과 교원양성 체제 개혁 등 2대 난제가 해결돼야 한다.
◇대입에 종속된 교육과정=우리나라 초·중등 교육은 대입에 종속돼 있다. 아무리 좋은 교육과정을 만들어도 서열화된 대학 구조와 대입 제도에 따라 교육과정이 왜곡된다. ‘EBS 70%룰’(EBS 교재에서 수능 출제를 70% 이상 한다는 규칙)이 상징적이다. 고교 교실에서는 수업 대신 EBS 강의를, 교과서 대신 EBS 교재를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만약 현재와 같은 수능 체제에서 문·이과 통합으로 인한 융복합형 문제가 나올 경우 사교육 시장만 배불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 경우 교육부가 쉬운 수능 기조를 포기하거나 문제은행식 출제, 수능의 자격고사화 등 선택의 기로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 관계자는 “다양한 수능 개편 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자격고사화도 테이블에 올라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수능이 변별력을 상실하면 대학의 자율적 선발권이 강화돼야 하지만, 사사건건 대입에 관여하고 있는 교육부가 대학에 실질적인 선발권을 주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20세기 교사와 21세기 학생들=교원양성·연수체계의 대대적인 개혁도 필수적이다. 교사 개개인이 통합 교육에 맞춰 교수법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가뜩이나 잡무에 시달리는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지 미지수다.
교원양성기관의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작업도 시급하다. 예를 들어 미술교사가 될 사람이 과학이나 사회 강의를 이수하도록 교원양성기관이 가진 교육과정의 틀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어야 한다. 그러나 학문 간 장벽으로 인한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무성 정책본부장은 “학문 간 칸막이·학문 이기주의 등과 적당히 타협한다면 혼란만 초래할 것”이라며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문·이과 통합교육은 사교육 팽창으로 귀결된다”고 주장했다.
◇문·이과 통합 어디까지 왔나=지난해 논의가 시작된 문·이과 통합은 2021년까지 진행된다. 무려 8년 동안 정권을 바꿔가며 진행하게 되는 보기 드문 장기 프로젝트다. 현재는 교육과정을 만드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교육과정 개편→수능체제 개편→대입 전형제도 변경 등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이제 시작단계인 셈이다. 교과별 최소 이수단위를 비롯한 교육과정 총론은 다음 달 발표되고, 세부 내용까지 정하는 작업은 내년 9월 마무리된다. 이후 교과서 개발 등을 거쳐 현재 초등학교 6학년생이 고교생이 되는 2018학년도에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이 도입된다. 이들이 2021학년도에 문·이과 구분 없는 수능 등 대입을 마무리하면 문·이과 통합 작업은 일단락된다.
이도경 김유나 기자 yido@kmib.co.kr
[단독] ‘산 넘어 산’ 문·이과 통합 이제 시작
입력 2014-08-06 04: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