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롯데월드 공사현장 인근 도로에서 또다시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5일 낮 12시8분쯤 서울 송파구 백제고분로 배명사거리 인근 도로에 원인 불명의 싱크홀이 발생해 도로가 전면 통제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번에 발견된 폭 2.5m, 길이 8m의 싱크홀은 깊이가 5m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구멍을 메우는 복구 작업에 들어간 흙만 덤프트럭 15대 분량에 달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상수도관 파손 등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160t의 모래와 자갈, 토사를 채워 넣어 오후 5시쯤 1차 응급복구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현장에 출동한 송파구와 동부도로사업소 등은 일단 지하철 9호선 공사와의 연관성에 무게를 뒀다. 조성일 서울시 도시안전실장은 사고 현장 브리핑에서 “정확한 원인은 좀 더 조사해 봐야겠지만 싱크홀이 생긴 지점은 지하철 9호선 터널 공사를 한 곳이며, 140m 떨어진 지점에선 역사 굴착 후 지하수를 빼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 9호선 터널은 지상에서 13m 아래 지점에 있다.
원인 규명에는 7∼10일 정도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싱크홀이 발생하자 곧바로 삼성물산 측이 현장을 통제하고 복구 작업에 착수하는 바람에 구청 등이 원인 규명을 위한 접근도 하지 못했다. 조 실장은 “정확한 원인 파악을 위해 메운 흙을 다시 파내 흙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을 찾은 박재영 인제대 토목과 교수는 “하수관거에 결함이 있었지만 원인이라고 단정 지을 정도는 아니었다”면서도 “지하철 공사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으나 이 근처에서 광범위하게 싱크홀이 일어나는 것으로 볼 때 전반적인 부분을 평가·진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은 지난 6월에 이어 다시 석촌호수 인근에서 싱크홀이 발생하자 제2롯데월드 공사로 인한 것 아니냐며 우려를 나타냈다. 집 앞 도로에 구멍이 뚫렸다는 얘기를 듣고 뛰쳐나왔다는 최모(38·여)씨는 “불안해서 못살겠다. 혹시 이것도 제2롯데월드 때문인 것 아니냐”고 말했다. 주민 박혜수(27)씨도 “싱크홀이 이제는 우리 집 앞에까지 생겼다”며 “지하철 공사도 원인일 수 있지만 제2롯데월드 건설도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근처 육교에서 사고 현장을 지켜보던 민모(58)씨는 “30년 넘게 이 지역에 살았는데 이런 적이 없었다. 올해 들어 이상하게 이런 구멍이 많이 생기고 있다. 황당하고 겁이 난다”고 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제2롯데월드 인근에 또 대형 싱크홀
입력 2014-08-06 0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