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 전도자’는 어떻게 세상 속에서 이겨 왔나

입력 2014-08-06 02:12
‘철인’ 다니엘 김 선교사는 “세상과의 싸움에서 탈진할지라도 영원한 믿음의 선두주자인 예수님을 바라보고 끝까지 견디는 자가 이긴다”고 말한다. 규장 제공
‘철인 전도자’로 유명한 저자는 한국에서 태어나 열 살 때 재일교포 2세인 아버지의 고향 일본으로 갔다.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에 떠난 한 선교사님과의 필리핀 전도여행 중에 예수님을 만나고 매주 후쿠오카 시내에서 복음을 전했다. 미국으로 건너가 찰스턴에 위치한 육군사관학교(The Citadel)에 입학, 숱한 차별을 이겨내고 4학년 때 전교생의 신앙을 지도하는 종교대장이 됐다. 시카고 트리니티신학대학원을 다녔고, 2007년 미국 남침례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으며 예수세대운동 대표를 맡고 있다.

이 책을 읽는 중에 마음에 와 닿았던 장면이 있다. 최근 우리나라 군대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이 오버랩됐기 때문이다. 저자는 사관학교에 입학한 날부터 1학년을 마치는 순간까지 ‘인간 대우’를 받지 못한 고통의 순간들을 이야기한다. 1학년 생도들은 이름이 없단다. 빡빡 민 머리가 문에 달려 있는 둥그런 손잡이 같다고 해서 그들의 이름은 ‘knob(손잡이)’. 그렇게 한 사람의 인간이 아니라 손잡이에 지나지 않는 1년의 시간을 보낸다. 온갖 훈련 뒤에도 쉴 새 없이 팔굽혀펴기를 할 땐 너무 힘들다. 그때 선배들이 뒤에 서서 지친 후배들의 티셔츠를 잡아 올려준다. 처음 선배들의 도움을 받는다. 뒤처진 친구가 있으면 함께 붙잡아주면서 고된 훈련을 마친다. 그리고 다같이 엄숙하게 주기도문을 되뇐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이어 학교 기도문도 외운다. 그렇게 1년이 지나면 비로소 선배가 먼저 말을 건넨다. “나는 존이야. 네 이름은 뭐니?” 서로 인사하고 선배가 후배를 안아주는 그날을 ‘The Recognition Day(알아주는 날)’로 저자는 특별한 의미를 둔다.

상명하복이 철저한, 군대라는 조직은 어디든 비슷한 것 같다. 그런데 우리 군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군대 내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으니 안타깝다. 대체 무엇이 문제인 걸까. 저자는 ‘함께’하는 울타리가 있고, 결국엔 자신을 알아주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힘든 시간을 견딜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나아가 언젠가는 하나님께서 나를 완성하실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그 시간을 인내할 수 있었음을 전한다.

지금 이 세상은 자신의 믿음 하나 지켜가는 것도 힘들다. 분별력이 필요한 시대이며, 늘 무엇이 터질지 몰라 마음 졸이며 사는 긴장의 연속이다. 저자도 이 부분을 인정한다. “납득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세상이 급속도로 찾아오고 있다. 세상은 뒤집어지고 난리와 난리의 소문이 나며 정말 힘들어지는 날이 오고 있다”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 오시는 그날까지 해야 할 성도의 마지막 기도는 바로 이것이다. “하나님의 선하심을 압니다. 주님의 거룩하심을 압니다. 주님의 지혜로우심을 압니다. 주님의 위대하심을 압니다.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 주님만 바라보고 계속 달려가야 한다. 그래야 핍박이나 온갖 공격, 홀로 남겨지는 것, 죽음조차 두렵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이 곧 이긴다. 고난과 맞서 싸우는 당당함이 그에겐 있다.

“이것이 이기는 자의 본질이다. 하나님께서는 나와 당신이 예수 그리스도 한 분만을 나의 보화로 삼고 그분만으로 만족하는 삶을 살기를 원하신다. 그분은 오늘도 핍박받고 세상이 뒤집어져도 어려운 환경 속에 뜻을 굽히지 않고 주님만을 바라보며 꿋꿋이 그 자리를 지켜나가는 사람을 찾고 계신다.”(227쪽)

저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성도들뿐 아니라 교회의 본질 회복을 통한 ‘이기는 자’에 대해서도 조언한다. 세속주의에 물들고 타협하는 세상 속에서 교회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자기절제’ ‘자기관리’ ‘자기부인’이다. 교회도 주님과 함께 싸워나가야 한다. 예수님의 정예 군사가 되어, 삶의 어떤 영역에서 세상과 승부하더라도 예수의 능력으로 거뜬히 이기는 법을 훈련한 ‘철인 전도자’의 강력한 메시지가 들리는 듯하다.

“심령이 가난하니까 애통할 수 있고, 애통하다가 하나님을 뜨겁게 만나니까 온유한 자가 된다. 온유한 자가 되니까 하나님의 불꽃같은 눈동자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로 변화된다.”(236쪽) 결국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는 단계까지 성장해야 한다. 그래야 철인, 이기는 자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내일은 환난이지, 평안이 아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