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신학 편향이 교회위기 불러… 고유 신학 정립 시급”

입력 2014-08-07 02:11
최근 한국 선교계는 한국교회 신학과 목회 현장에서 ‘자신학’ 정립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왼쪽부터 김종국, 한도수 선교사, 한정국 KWMA 사무총장, 김연수 KWMA 국제총무. 허란 인턴기자
최근 열렸던 제6차 세계선교전략회의(NCOWE)는 한국교회에 '자신학(自神學)' 정립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도출했다. 한국 문화와 상황에 맞는 신학 정립 없이 서구신학을 무조건적으로 수입하는 풍토가 한국교회의 위기를 자초했다는 반성에서다. 선교계가 신학의 문제를 제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표적 선교 협의체인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와 한인세계선교사회(KWMF) 소속 선교사들에게 자신학의 개념과 필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참석자

● 한도수 KWMF 공동회장(브라질 선교사)

● 김종국 KWMF 대표회장 (인도네시아 선교사)

● 한정국 KWMA 사무총장

● 김연수 KWMA 국제총무

-선교계에서 자신학 논의가 나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한정국 사무총장=한국교회 없이 한국 선교는 없다. 교회가 위축되면 선교도 위축된다. 지금 한국교회가 겪고 있는 정체와 위기는 심각하다. 선교계 역시 고민이 많았다. 그런 가운데 위축된 한국교회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면서 한 가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반영한 자신학 정립이 필요하다는 인식이었다. 기독교의 복음이 지나치게 미국이나 서구의 것으로만 인식되다 보니 안티 기독교의 공격을 받았던 것이다.

△김연수 국제총무=한국교회에는 자신학이라는 말보다 ‘상황화신학’이란 용어가 더 알려져 있다. 상황화신학이란 문화와 세계관, 가치관에 맞게 성경을 해석하고 신학화한다는 것인데 (복음의) 본질보다 상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다 보니 성경 본문의 절대 우위를 인정하지 않아 논란이 많았다. 서구신학이 한국교회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지만 한국 고유의 옷을 입지는 못했다. 이 때문에 일반 사회와도 괴리가 생겼고 이는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형성했다. 따라서 한국교회의 상황에 맞는 자신학이 필요하다.

-다른 나라에서 자신학은 어떻게 적용됐는가.

△김종국 선교사=인도네시아에서 31년째 선교하고 있다. 그동안 자신학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나의 선교철학에는 이를 염두에 두었다. 선교사들은 현지의 문화와 상황을 고려해 복음을 전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자신학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다. 신학교 사역을 하면서 이를 적용했다. 인도네시아 상황과 이슈를 고려해 커리큘럼을 짰다. 미국이나 한국 신학교와는 다르다. 현지의 필요에 따라 과목을 만들었다. 이런 과정이 자신학화라고 할 수 있다. 선교사는 한국교회의 전통을 이식하거나 서구신학에 입각한 선교를 하면 안 된다.

△한도수 선교사=신학이란 하나님의 말씀을 해석하는 것이다. 다문화사회 속에서는 문화의 옷을 입어야 한다. 예를 들어 다윗이 전쟁에 나갈 때 사울의 갑옷을 입지 않고 자신의 옷차림 그대로 나갔을 때 이긴 것을 생각해보자. 사울의 갑옷은 성능이 우수했다. 하지만 목동 다윗에겐 맞지 않았다. 선교도 마찬가지다. 말씀을 전하기 위해서는 현지 문화의 옷을 입어야 한다. 지금의 한국교회 정체 원인은 한국적 자신학 없이 서구신학에 의존한 결과가 아닐까 한다.

△김 선교사=선교사가 자신학이 있어야 선교지에 가더라도 현지 고유의 신학과 모델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서구 선교사들이 자신들의 신학을 이식한 것처럼 된다. 한국 선교사들도 무조건 새벽기도를 현지에 심으면 안 된다. 현지 문화 속에 있는 신앙적 요소를 끄집어내 그들의 신앙과 신학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순복음교회의 영산신학도 자신학의 하나로 소개됐다.

△한 사무총장=그동안 영산신학은 번영신학의 잣대로 평가받아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서구 진영의 관점이었다. 지난달 14일 개최됐던 제6차 세계선교전략회의(NCOWE)에서는 영산신학의 본질은 우리 민족의 고난과 함께했다는 점이 강조됐다. 이는 참석자들의 큰 공감을 얻었다. 영산신학은 세계 오순절교회의 흐름 속에서 한국화된 자신학이다.

△김 선교사=요즘 인도네시아에서는 한국의 신학교에 유학하려는 신학생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 대신 한국행을 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한국에 가서 공부한 학생들이 목회를 더 잘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한국교회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헌신을 배웠다고 말한다.

-이번 세계선교전략회의에서 자신학 화두를 신학계로 던졌다.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김 국제총무=오는 9월말∼10월초 후속 대회를 통해 적용점을 찾을 것이다. 11월 한국선교지도자포럼에서도 자신학 이슈를 다룰 것이다. 내년 2월에도 포럼을 개최한다.

△한 선교사=자신학화는 서구신학을 완전히 배제하자는 것은 아니다. 서구신학의 좋은 것을 받아들이되 우리 문화로 체계화하자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서구 선교사들이 가르쳐주지도 않은 새벽기도와 성경공부라는 좋은 전통이 있다. 2014년을 살아가는 한국교회도 이와 같은 신앙의 전통을 찾아 뿌리내리자는 것이다. 지금 이 시대에 적합한 자신학의 요소를 찾아보자는 것이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