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병 사망 파문] 박 대통령의 軍·檢·警 기강잡기… 김관진 실장에 책임 불똥 가능성

입력 2014-08-06 02:39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영상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생사망 사건과 관련해 "책임자를 일벌백계해야 한다"며 엄벌 방침을 밝혔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의 존립 기반이자 안보를 책임진 군과 검·경에 대해 강도 높은 다잡기에 나섰다.

박 대통령은 5일 청와대에서 영상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사망 사건을 언급할 때 ‘일벌백계(一罰百戒)’란 단어를 사용하며 강도 높은 문책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잇따르는 부대 사고를 계기로 병영문화 개선을 거듭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변한 게 없다는 사실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너무나 마음이 참담하다”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뿌리뽑아야 한다” 등 격정적인 표현을 썼다.

박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로서 가해 병사들은 물론 군 수뇌부에 대해서도 일벌백계 의지를 강하게 천명했다. 추가수사 과정에서 군의 조직적인 사건 은폐 시도 등이 확인될 경우 권오성 육군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에 대한 대대적인 문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우에 따라선 사건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까지 불똥이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벌써부터 야당은 김 실장이 국회에 출석해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 단계에서 할 말이 없다”고 했지만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박 대통령의 강도 높은 언급 배경에는 이번 사건이 자칫 세월호 참사 후 국정 정상화에 시동을 건 2기 내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이번 사건에 미흡하게 대처할 경우 민심이 한층 악화될 수도 있는 만큼 이를 조기에 차단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 장관은 비공개로 진행된 국무회의 토론 말미에 박 대통령에게 ‘사건 경과보고’를 했고, 박 대통령은 “적폐 청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검·경에 대해서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시신 확인 과정을 질타하면서 “막대한 국가적 역량을 낭비했고, 국민들의 신뢰를 크게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유 전 회장을 언급한 것은 지난 6월 3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이후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지금도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전 과정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해서 의혹이 남지 않도록 밝혀주기 바란다. 그리고 이 사건에 책임질 사람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유 전 회장 수사 과정에서 엇박자를 수차례나 노출한 검·경의 최고 수뇌부인 김진태 검찰총장과 이성한 경찰청장에 대한 문책 가능성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