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카페 지나쳤을 뿐인데… “음료 할인쿠폰 왔습니다, 딩동”

입력 2014-08-06 02:34
SK플래닛의 '시럽(syrup)'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쿠폰을 받은 한 외국인 여성이 5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아브뉴프랑에 있는 액세서리 매장을 찾아 둘러보고 있다. 시럽은 OK캐쉬백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특정 매장을 지나가면 이 매장의 쿠폰이 자동으로 스마트폰에 전송되는 서비스다. SK플래닛 제공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있는 유럽형 쇼핑몰 아브뉴프랑에는 없는 게 있다. 5일 찾아간 아브뉴프랑에는 어느 곳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전단을 돌리는 사람이 없다. 분당 등 인근 지역에서 맛집이 많은 곳으로 유명세를 타는데도 손님들이 지나가는 것 외에는 가게 밖에서 영업을 하는 사람도 없다. 수시로 접하는 ‘오프라인 마케팅’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신 ‘보이지 않는 손’이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아브뉴프랑을 지나는 고객의 스마트폰으로 보이지 않는 손이 보낸 ‘편지’가 끊임없이 들어왔다. SK플래닛은 최근 아브뉴프랑 내에 입점한 18개 매장과 손잡고 ‘시럽(Syrup)’ 서비스를 선보였다. ‘OK캐쉬백’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한 사용자가 매장 근처에 오면 자동으로 쿠폰을 보내는 것이다.

OK캐쉬백 앱을 설치하고 아브뉴프랑 부근에 도착하자 SK플래닛과 제휴한 18개 매장 전체의 쿠폰이 스마트폰에 도착했다. 스마트폰에 있는 ‘푸시’ 기능이 쿠폰이 왔음을 알려준다. 시럽은 위성항법장치(GPS) 기술을 활용해 상권 부근에 가상의 울타리를 만든다. 고객이 그 안으로 들어오면 정보를 제공한다. 이 기술이 ‘지오펜싱(Geo-fencing)’이다.

움직이며 매장 안을 구경하느라 쿠폰을 꼼꼼하게 살펴보기 힘들지만 혜택을 그냥 지나칠 일은 없었다. 쿠폰을 발행한 매장 앞을 지나갈 때 다시 한 번 쿠폰이 발송된다. 한 카페 앞을 지나갈 때 음료 할인권이 왔다. 2만원 이상 구매할 때만 혜택을 줘 그냥 지나쳤다. 다른 카페에서는 무설탕 아이스크림을 준다는 쿠폰을 보내왔다. 이달 말까지 유효기간이라는 문구에 솔깃해 일단 쿠폰을 저장했다. 음식점 부근을 지나자 이번에는 가격 할인이나 서비스 음식을 제공한다는 쿠폰이 속속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온다. 이 중에서 ‘스테이크 50% 할인’을 제시한 음식점 문을 열고 들어갔다. 매장 직원은 “시럽 쿠폰을 이용하는 고객이 점점 늘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조만간 길거리에서 나줘 주는 전단은 멸종될지 모른다. 소비자가 특정매장 근처를 지나가면 스마트폰에 자동으로 쿠폰을 보내주는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어서다. 온라인·모바일을 활용해 오프라인 매장으로 고객을 끌어들이는 ‘O2O(Online to Offline) 비즈니스’가 활짝 꽃을 피울 조짐이다. 국내 오프라인 매장 수는 170만개, 시장 규모는 230조원이 넘는다. 그야말로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O2O 비즈니스가 가능한 배경에는 IT 업계에서 주목하는 ‘비콘(Beacon)’이 자리 잡고 있다. 비콘은 저전력 블루투스(BLE)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의 위치를 파악하고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 위치 측정 오차는 5∼10㎝에 불과하다. 전력을 적게 쓰기 때문에 매장에 한 번 설치하면 1년 이상 사용할 수 있다. 비콘은 근거리무선통신(NFC)과 달리 고객이 스마트폰을 갖다 대지 않아도 위치를 파악해 정보를 보낼 수 있어 편리하다. 이 때문에 비콘은 O2O 비즈니스 활성화의 핵심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비콘을 활용해 고객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는 이미 상용화 단계에 있다. 애플은 ‘아이비콘(iBeacon)’ 서비스를 출시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는 올해부터 아이비콘을 활용해 야구장에 온 관람객에게 정보를 주고 있다. 스타벅스, 페블 스마트워치 등도 아이비콘을 사용할 예정이다.

구글은 ‘니어바이(nearby)’라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국내에서도 백화점 골프장 등이 앱을 설치하고 매장에 오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모바일 플랫폼 강자인 카카오도 O2O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O2O 서비스는 고객 개개인에게 맞춤형 마케팅을 할 수 있어 활용 가능성이 무한하다. 여러 쿠폰 중 고객이 많이 사용하는 게 어떤 것인지 파악해 밀착 관리가 가능하다. 빅데이터 분석까지 더하면 다양한 소비계층의 흐름까지 읽어낼 수 있다.

다만 그림자도 있다. 고객의 소비 패턴을 정보로 활용하는 탓에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른바 ‘스팸 쿠폰’이 쏟아질 수도 있다. SK플래닛 관계자는 “전화번호, 개인식별 정보 등은 활용하지 않는다”면서 “이용자가 명확히 동의한 경우에만 쿠폰을 전송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성남=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