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검찰이 육군 28사단 윤모(20) 일병 사망사건에 대한 보강수사에 착수함에 따라 가혹행위를 한 선임병사들에게 살인 혐의가 적용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와 함께 이번 사건의 보고 누락과 은폐 의혹에 대한 국방부의 강도 높은 감사도 실시된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5일 정례 브리핑에서 "군 검찰의 보강수사와 국방부 감사단 감사가 동시에 시작됐다"며 "보강수사는 살인죄 적용 검토와 관리·감독 부실의 두 가지 방향에서 실시되고 국방부 감사는 군 수뇌부에 정확하게 보고 됐는지에 대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4일 국방부 감사관을 불러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한 치의 의혹도 없도록 감사를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땅에 떨어진 군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단 가혹행위를 한 선임병에게 강제추행 혐의가 추가됐다. 이날 오전 10시 경기도 양주시 28사단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윤 일병 사건 4차 공판에서 군 검찰은 이모(25) 병장에게 강제추행죄를 추가했다. 하지만 범죄사실 변경이 검토됐던 살인죄는 언급하지 않았다. 3군 사령부 검찰부는 1주일 내에 살인죄 적용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보강수사의 초점이 윤 일병이 속한 포병대대 간부들의 '관리·감독 부실'에 맞춰져 있어 실제 살해 혐의를 공소장에 반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대변인은 "재조사가 아닌 보강수사여서 헌병대의 1차 수사 내용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적용된 상해치사 혐의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28사단 검찰부는 가해자들이 윤 일병이 의식을 잃은 후 심폐소생술을 실시했고, 폭행할 때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고의성이 입증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군 수사기관 관계자는 "윤 일병이 죽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폭행을 했다는 게 입증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 법무관실도 상해치사 혐의를 살인 혐의로 바꾸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방부가 이번 사건을 민·군 합동으로 추가수사하자는 육군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수사 주체도 당초 계획됐던 국방부 검찰단에서 육군 3군 사령부 검찰부로 바꿔 수사 의지가 의심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추가수사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국방부가 육군 쪽으로 공을 넘겼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군 당국이 4개월 가까이 언론에 알리지 않고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의혹도 추가수사 대상이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지휘관들은 직무유기 혐의로 대규모 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감사관실은 28사단과 6군단, 3군 사령부, 육군본부, 국방부 등을 대상으로 보고체계를 집중 감사할 방침이다. 군의 부실한 보고체계는 2010년 천안함 폭침 때부터 지적돼 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보듯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어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윤일병 사망 파문] 보강수사 착수 軍 검찰 ‘살인혐의’ 공소장 변경 가능할까
입력 2014-08-06 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