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회사원 A씨는 최근 전세 계약을 갱신하면서 5000만원을 추가로 대출 받았다. 추가 대출을 받기 전에도 매달 25일 월급이 들어오면 말일이 되기 전엔 각종 공과금과 카드 값 등으로 줄줄 빠져나가 잔고가 바닥나던 A씨는 고민이 커졌다. 늘어난 이자 비용만큼 줄일 구석을 찾다 매달 20만원 가깝게 나가는 종신보험료가 눈에 들어 왔다. 하지만 아직 초등학생인 두 자녀와 아내를 생각하면 마지막 보루인 ‘사망보장’은 포기하면 안 될 것 같아 주저하고 있다.
이런 A씨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무엇일까. A씨 고민대로 사망보장은 필요하다. 특히 A씨처럼 어린 자녀를 둔 가장이라면 어떤 보험보다도 필수적으로 꼽히는 것이 사망보장 담보다. 그런데 사망보험에 종신보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몇 살에 사망하더라도 보험금이 지급되는 종신보험과 달리, 지정한 나이 내에 사망할 경우 보험금이 지급되는 정기보험도 있다.
특히 정기보험은 보험료가 종신보험에 비해 절반 이상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보험연구원 이정희·김세중 연구위원이 2012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40세 남성이 1억원 사망보험금을 보장하는 20년 납입 종신보험 가입시 매달 19만원이 넘던 보험료가 같은 조건 정기보험으로 갈아탈 경우 월 보험료는 4만8000원(60세까지 보장)∼9만2000원(70세까지 보장) 수준으로 떨어진다.
사망보험금이 주로 가족, 자녀 양육비 등을 위해 남기는 긴급 자금이라는 본연의 목적만 달성할 수 있다면 자녀가 장성하기 전인 60, 70세 정도 까지만 보장받는 정기보험이 비용 대비 효과가 괜찮은 셈이다. A씨의 경우 현재 열 세살, 열 살인 두 자녀가 서른 살쯤에는 사회생활을 시작해 소득이 생긴다고 가정할 때 20년 뒤인 60세까지만 사망보장을 받는 정기보험으로 갈아탈 경우 현재 매달 20만원 수준의 보험료가 5만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남는 15만원은 당장 필요한 대출 이자를 충당하거나 노후 소득 마련을 위한 저축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이 같은 정기보험의 인기는 매우 낮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2년 말 기준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종신보험 보유계약건수는 1198만건(86.4%)인 반면 정기보험 보유계약건수는 189만건(13.6%)에 불과했다. 국내 사망보험 시장은 종신보험 위주로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일본에서 가처분소득이 적은 20∼30대 등을 중심으로 정기보험에 대한 관심과 가입률이 높아지는 것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미국의 경우 25∼34세가 구입한 상품 중 정기보험이 71%에 달한다는 연구조사도 있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본전심리’가 강하게 작용하는 국내 시장에서 적립금이 환급되지 않고 소멸되는 정기보험보다는 매달 낸 보험료가 얼마씩이라도 적립돼 만기 후 환급받을 수 있는 종신보험에 대한 선호가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종신보험은 상품 구성을 여러 가지로 다양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는 물론 보험설계사 등 판매자 입장에서도 수수료를 높일 여지가 커 판매가 집중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금에 여유가 있다면 종신보험은 종합보험처럼 활용할 수 있는 등 가진 장점이 많다”면서 “문제는 시장이 편중되다 보니 정보 등이 부족해 정기보험을 선택하는게 나은 경우에도 이를 이용하지 못하고 보험에 부담을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종신보험 고집?… 꼭 필요한 ‘사망보장’ 조금 더 알뜰하게 받으려면
입력 2014-08-07 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