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실험 약물 효과… 미국인 2명 급속 호전”

입력 2014-08-06 02:08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운 가운데 서아프리카에서 감염된 미국인 환자 2명이 실험적인 에볼라출혈열 치료제 덕분에 상태가 호전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서아프리카에서는 사망자가 계속 늘어나는 등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다.

CNN은 4일(현지시간) 서아프리카에서 의료봉사활동 중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켄트 브랜틀리 박사와 낸시 라이트볼(여) 간호사가 라이베리아 현지에서 실험 약물인 ‘지맵(ZMapp)’을 투여받았으며 이후 상태가 호전돼 본국 생환이 가능해졌다고 전했다.

지맵은 미 샌디에이고에 있는 직원 9명의 소규모 제약회사인 ‘맵(Mapp) 바이오제약’이 개발했다. 맵사(社)는 지맵을 에볼라에 감염된 원숭이 8마리를 대상으로 투여해 효능을 봤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이뤄지지 않았으나 기존 약으로는 치료할 수 없을 때 실험적으로 신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동정적 사용(compassionate use)’ 규정에 따라 이번 투약이 이뤄졌다.

신약 투여 초반 브랜틀리 박사는 호흡곤란 등으로 상태가 악화됐으나 이후 급속도로 호전되면서 지난 1일 스스로 샤워를 할 만큼 기력을 회복했다. 라이트볼은 브랜틀리 박사와 같은 극적인 호전을 체험하지 않았으나 2차로 신약을 투여한 뒤 전보다 의미 있는 변화를 나타냈다. 다만 앤서니 포시 미 국립보건원(NIH) 연구소장은 두 사람 사례만으로 이 약물이 치료약으로 성공했는지를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밝혔다.

반면 서아프리카에서는 상황이 점점 더 통제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이지리아에서 두 번째 감염 사례가 확인돼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오니예부치 추쿠 나이지리아 보건장관은 지난달 25일 에볼라 감염으로 사망한 환자를 치료하던 의사가 에볼라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의사와 함께 치료를 도운 나머지 3명도 감염 여부를 확인 중이다.

시에라리온은 에볼라 감염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동부 지역에 군 병력 750여명을 투입했다. 군 병력은 에볼라 발생 마을을 격리하는 활동을 하게 된다. 시에라리온의 어니스트 바이 코로마 대통령은 TV 연설에서 “국가의 근간이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라이베리아도 군부대 등을 투입해 에볼라 발생 마을 출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주민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가 이날 현재 887명으로 집계됐으며 전체 감염자는 1603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세계은행은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기니 3개국에 2억 달러(2066억원)를 긴급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아프리카개발은행(AFDB)도 6000만 달러(620억원)가량을 전달키로 했다. 우리 정부도 WHO를 통해 50만 달러(5억1000만원)를 지원한다.

이런 가운데 영국 런던대 크리스 위티 박사는 이번 에볼라 바이러스의 발원지인 기니가 최악의 고비를 넘기고 현재 환자 발생이 줄어들기 시작했다면서 다른 나라들에서도 에볼라가 곧 수그러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금까지 에볼라 바이러스의 출현은 비교적 단기간에 그쳤고 환자 발생도 이번보다는 훨씬 적었다면서 이번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라고 지적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손병호 기자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