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바람타고 넘어오는 종이는 옛말… ‘SNS 삐라’ 뿌리는 北

입력 2014-08-06 04:55

남북 분단 상황에서 체제 선전의 도구였던 ‘종이 삐라’가 진화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확산되면서 북한 당국도 뒤늦게 이를 받아들여 선전에 활용하고 있다. 일명 ‘온라인 삐라’(사진)로 불리는 이런 홍보물은 누구나 인터넷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5일 페이스북에서 ‘North Korea’ ‘DPRK’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과 관련된 키워드를 입력하자 정부, 방송, 취미 등 분야별로 다양한 페이지가 떴다. 이런 페이지에는 주기적으로 북한 홍보 게시물이 올라온다. 해당 페이지나 게시물에 호감도를 표시하는 ‘좋아요’나 ‘참가’ 건수는 적게는 200여개에서 많게는 수천개씩 된다. 대부분 영어로 글을 올려 홍보 대상이 남한뿐이 아님을 짐작하게 한다.

1960∼80년대 남북은 ‘종이 삐라’로 서로의 체제를 선전했다. 90년대 들어 인터넷 홈페이지가 속속 생겼지만 양국이 서로 접속을 차단하면서 사실상 홍보 효율성은 떨어졌다. 반면 외국에 서버를 둔 SNS 계정은 북한이 차단 우려 없이 체제를 알릴 수 있는 수단이 됐다. 이 때문에 정작 북한 내부에선 SNS 사용이 금지돼 있지만 북한 정부기관들은 앞다퉈 SNS를 운영하는 상황이다.

한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북한 곳곳의 풍경 사진이 찬양하는 어투의 설명과 함께 올라와 있다. 최신 전자기기와 대형 건축물, 부유한 옷차림의 사람 등 북한 사회의 발전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사진들이다.

북한의 무장 민병조직 ‘로농적위대’도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200여개의 ‘좋아요’를 받은 이 페이지에서는 ‘존경하는 최고지도자 김정은 장군님’ 등의 설명은 물론이고 ‘북한군이 박근혜가 이끄는 군대를 파괴하겠다’는 과격한 내용도 게시돼 있다.

조선중앙통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노골적으로 우리 경찰을 ‘파시스트’라고 부르는 글이 올라 있다. ‘피폐한 정신의 삶은 자본주의의 숙명’이라는 내용의 체제 비난 글도 있다.

북한관광 안내 페이지는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나라”라며 “한번 북한에 왔다간 관광객들은 엄청난 매력을 깨닫고 여러 차례 다시 찾아온다”고 적혀 있다. 집단주의의 상징인 ‘아리랑 매스게임’을 ‘지구상에서 가장 멋진 쇼’라고 설명한다. 이 페이지는 1000명이 넘는 각국 이용자들이 ‘참가’ 버튼을 눌렀다.

유튜브에서도 마찬가지다. 간단한 검색어로 북한이 올린 체제홍보 동영상을 접할 수 있다. 이런 SNS 페이지는 대부분 서버가 미국에 있어 접속에 제한이 없다. 일부 페이지나 온라인 홈페이지는 우리나라에서의 접속이 차단돼 있지만 이 역시 외국 인터넷 브라우저를 깔고 IP 우회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쉽게 들어갈 수 있다. 경찰이 방통위에 차단을 요청한 친북 SNS 건수는 올 상반기에만 750건으로 지난해 전체(338건)의 배가 넘는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