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황금기에 국가안보를 위해 기꺼이 헌신하는 우리의 국군장병들로 인해 온 국민이 안심하고 단잠을 이루고 있기에 그들의 숭고한 봉사에 대해 진정한 감사와 성원을 보낸다. 그런데 육군 28사단 윤 일병 구타사망사건 등 최근 잇따른 군내 악성 군기사고가 자식을 군에 보낸 모든 부모의 마음은 불안하게 하고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윤 일병 구타사망사건은 국방부의 발표대로 반인륜적 반문명적 사고이다. 다시는 이런 일들이 병영 내에서 일어나서는 안 된다. 윤 일병 사건이 발생한 것은 수많은 원인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은 인화단결의 부족에서 찾아야 한다.
군의 존재 목적은 전투에서 승리다. 승리를 대신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일찍이 손자는 “기상과 지형상의 유리점도 인화 단결보다 못하다(天時不如地利,地利不如人和)”라며 전투승리의 최고조건을 인화 단결이라고 단정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아무리 고성능 초정밀 무기로 무장한 군대라 할지라도 구성원들이 서로 신뢰하고 단결되어 있지 않다면 절대로 승리 할 수 없다.
전우를 괴롭히고 죽음으로까지 몰고 가는 병영문화가 존재하는 군대로는 전투에서 절대로 승리 할 수 없다. 혈기왕성한 젊은이들로 구성된 군 조직의 특성, 지금까지 살아온 사회와 단절된 전혀 새로운 환경, 사회 병리 현상이 그대로 유입되는 병영현실, 무기를 다루어야 하는 긴장도 높은 수행임무 등 어렵고 힘든 여건이기에 전우 간에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인화 단결의 병영문화 창달은 더욱 절실하게 필요하다. 존중이란 나와 생각을 달리 하는 사람도 그의 인격과 생각, 가치관을 이해하고 인정해주는 것이며 설득을 통한 합의를 이루어 나가는 것이다. 배려란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사람이 약하고 부족한 사람에게 양보하고 나누어 주는 행위이다. 이것이 금번 병영 악성사고 해결책에 대한 답이다.
약하고 병든 병아리를 형제들이 쪼아서 도태시켜 버림으로써 우수한 개체만 보존이 되도록 하는 동물세계의 본능적 속성이 인간에게도 잠재해 있어 군 조직 내에서도 관리자가 자칫 관심을 소홀히 하면 동료를 따돌리고 괴롭히는 가학성이 발현하게 되며 이는 교육과 자기성찰, 수양으로 극복하여야 한다.
또한 병력 순환율이 높은 우리 병영은 비가 오면 물에 실려 오고, 바람 타고 날아와서 뿌리 내리는 잔디밭의 잡초 씨앗처럼 학교와 사회의 병리현상이 그대로 유입된다. 이를 제거하고 순화시켜 단결되고 사기가 충천한 병영문화가 꽃 피는 군대를 만들어야 한다. 문화(culture)는 ‘경작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병영문화도 꾸준히 교육하며 위반자를 적발, 지도하고 가꾸어 나가야 한다.
복무 기간단축으로 인해 전투요원으로 양성하는 것만도 벅찬 일이고 가정과 학교에서 형성된 인성을 군에서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휘관에게 있어서 장병들은 함께 국가안보를 완수해야 하는 가장 소중한 존재들이다. 그러기 때문에 인화단결이라는 기초적인 목표부터 달성해야 하며 군 지휘관들은 이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미래의 성숙한 시민 양성도 그들의 임무중 하나임을 알아야 한다. 유능한 목수는 연장을 나무라지 아니 한다.
군은 군내 구타사건을 예방하기 위해 훈련소에서부터 전역할 때까지 인성 교육을 강화하고, 각종 인성함양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적용해야 한다. 종교 활동 등을 통한 심성순화와 인격지도를 강화하며 일부의 일탈된 행동을 감시하고 적시에 적발 해 낼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여 그 조직이 상시 가동 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어려움에 처한 전우가 마음 놓고 고충을 토로 할 수 있는 부대 분위기를 만들고 군종장교와 군의관, 상담관 등에게 쉽게 다가 갈 수 있도록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특히 군종장교의 활동범위와 직급을 높여 이들이 장병들의 정신적 멘토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도입되어야 한다. 그리고 모든 법규와 지시사항이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 필히 확인해야 한다.
군의 지휘관들은 이번 사건이 병영문화를 혁신하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전화위복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국민들은 군에 질책을 하면서도 우리 국군이 새로운 각오로 병영문화를 혁신하고 신뢰를 받는 자리에 다시 서서 성스러운 국방의 사명을 잘 감당 하도록 애정 어린 눈으로 성원을 보내야 한다.
김일생 (전 병무청장)
<약력>
37사단장, 3군단장, 국방부 인사복지실장 역임. 예비역 육군중장, 대전대 초빙교수, 국군중앙교회 집사
[특별기고-김일생] 서로 존중, 배려하는 병영문화가 답이다
입력 2014-08-06 0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