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종이책… “스마트폰 갖다대면 책 읽어줘요”

입력 2014-08-06 02:11

# 다문화가정의 A씨는 한국어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기가 어렵다. 그래서 아이가 한국어를 잘 익히지 못할까봐 걱정이다. 하지만 이제는 종이책에 스마트폰만 갖다 대면 고민이 한방에 해결된다. 전문 성우가 읽어주는 정확한 발음을 들을 수 있어 아이는 물론 A씨까지 한국어를 배우는데 도움이 된다.

# 두 아이의 엄마인 회사원 B씨는 퇴근하면 책을 읽어달라고 조르는 아이들에게 늘 미안했다. 이제는 달라졌다. 엄마가 밀린 집안일을 하는 동안 스마트폰을 이용해 아이 스스로 책장을 넘기며 독서시간을 갖게 됐다.

스마트폰 사용자 3000만명 시대. 독서인구가 줄어든다는 우려도 있지만, 스마트폰 덕분에 책을 더 가까이 접할 수도 있게 됐다. 종이책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기만 하면 오디오북 등 다양한 디지털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책인 ‘더책’(사진) 서비스가 그것이다.

창비 계열사인 미디어창비는 5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세계 최초 디지털을 품은 종이책 출간 기념 간담회’를 갖고 종이책과 디지털서비스를 결합한 책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했다. 더책 서비스에는 창비를 비롯해 길벗어린이, 김영사, 문학과지성사, 보리, 사계절, 현암사, 풀빛 등 25개 출판사가 참여한다. 주로 창작그림책을 내는 회사들이다. 영아부터 초등 저학년 도서까지 364권이 제작돼 이용되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는 1000권의 책이 서비스될 예정이다.

성인 단행본도 있다. 창비는 ‘두근두근 내 인생’ ‘엄마를 부탁해’ ‘완득이’ 등 기출판 도서 3종을 오디오북 무료제공 특별한정판으로 내놓았다. 성우들이 작품 속 인물 하나하나를 맡고, 배경음악과 효과음을 넣었다.

사용법은 어렵지 않다. 스마트폰에 ‘더책’ 앱을 무료로 설치한 후, 책에 부착된 NFC태그에 휴대전화를 대면 끝이다. 별도의 인증절차나 저장장치가 필요 없다. 다만 아이폰으로는 지원되지 않는다.

이 서비스는 올해 초 공공도서관 등에서 먼저 도입돼 이미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도서관 현장 이용 우수사례 공모에서 우수상을 받은 인천 율목도서관 측은 “서비스가 시작된 후 도서관 이용자 수가 늘었다. 종이책을 대출하면 오디오북도 같이 빌리는 셈이라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유치원, 어린이집, 시각장애인, 다문화가정 등에 특히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쇄출판의 위기 속에 신규 서비스가 출판업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의 한기호 소장은 “책이라는 매체는 소멸의 일로를 걷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 거듭나는 과정에 있다”며 “이 서비스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책의 형태를 제시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