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등에 14년째 사랑의 도시락

입력 2014-08-06 02:11
14년째 ‘사랑의 도시락’ 봉사를 하고 있는 성덕교회 성도들이 지난달 30일 인천 연수구 선학로 선학종합복지관 주방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인천 성덕교회(최영석 목사) 성도 10여명은 매달 2∼3차례 인천 연수구 선학로에 위치한 월드비전 선학종합사회복지관에 모인다. 복지관 인근 아파트에 사는 독거노인과 저소득층 가구에 도시락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직접 식재료를 구입해 만든 도시락, 일명 ‘사랑의 도시락’이다.

가마솥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달 30일 선학종합복지관을 찾았을 때 이들은 음식 준비에 분주했다. 복지관 1층 주방에서는 흰색 위생복을 입은 성도 12명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었지만 가스불의 열기 때문인지 주방은 후텁지근했다.

이날의 ‘메뉴’는 불고기와 계란말이, 김치. 성도들이 만들어야 하는 도시락은 221개에 달했다. 이들은 올해로 벌써 14년째 ‘사랑의 도시락’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성도들은 매달 첫째·셋째·다섯째 주 목요일이면 오전 9시에 선학종합복지관에 집결해 도시락을 만든다.

최영숙(66·여) 권사는 “학교 급식이 일반화되지 않았던 2000년대 초반엔 저소득층 아이들을 챙기느라 도시락을 400개 넘게 싸기도 했다”며 “건강이 허락되는 한 꾸준히 이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시락을 쌀 때, 밥을 꾹꾹 눌러 담는다고 했다. 받는 분들이 도시락 하나로 두 끼를 해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다. 가장 힘들 때는 (노인들이 세상이 뜨면서) 도시락 개수가 전주보다 줄어들 때다.

이날 만난 김모(80) 할머니는 성덕교회 성도들에게 거듭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42년 전 남편과 사별한 그는 지금까지 복지관 인근 한 임대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다. 아들과는 연락이 두절된 지 오래고 딸은 경제적 형편이 좋지 않다. 생활비는 매달 나오는 정부 지원금 약 40만원으로 충당한다.

“도시락이 올 때마다 반가워요(웃음). 허리와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 장보는 게 쉽지 않거든요. 돈도 없고요. 도시락이 배달되면 2∼3번 나눠먹을 때가 많습니다.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성덕교회 외에도 선학종합복지관을 거점으로 ‘사랑의 도시락’ 봉사에 참여하고 있는 교회는 예일교회(윤일준 목사) 숭의교회(이선목 목사) 선린교회(권구현 목사) 새빛교회(조중은 목사) 선학동교회(유진혁 목사) 우리들교회(김호겸 목사) 등 6곳이 더 있다. 이들은 매년 5월이면 경로잔치를 열어 이 일대 독거노인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연말이면 소정의 후원금을 모아 복지관에 기탁한다.

나윤철(48) 선학종합복지관 관장은 “음식 조리와 배달에 참여하는 자원봉사자가 100여명에 달한다”며 “봉사자들 대부분이 나눔을 통해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