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비슷한 시기에 공정거래위원회 신·구 ‘에이스’로 꼽혔던 관료 2명이 옷을 벗었다. 그러나 둘의 퇴직 이후 행로는 엇갈렸다. 한철수(행시 25회) 전 사무처장은 지난 2월 다단계 업체 관리·감독 기구인 특판조합 이사장 인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사표를 냈다. 당시 그는 공정위 부위원장 유력 후보였다. 2달 뒤 한 전 처장은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청와대 파견기간 중 기업으로부터 금품과 향응, 골프 접대를 받은 혐의로 공정위로 조기 복귀한 A과장도 연초 사표를 냈다. 당시 A과장은 자신의 비리 혐의를 숨긴 채 집안 우환을 이유로 들었고,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고 민간인 신분이 됐다.
A과장은 지난달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 심사를 통과해 대형 로펌에 들어갔다. 정작 공직생활 중 비리를 저지른 A과장은 억대 연봉자로 화려하게 변신했지만 누명을 쓴 한 전 처장은 지금 ‘백수’ 신세다.
이런 모순이 발생한 근본 원인은 청와대의 이중 잣대 때문이다. 청와대는 감찰을 통해 A과장의 비리 사실을 인지하고도 공정위에 이를 통보하지 않고 원대복귀시키는 데 그쳤다. 비리 사실을 알 리 없는 공정위는 A과장이 사표를 제출하자 검찰과 경찰, 감사원에 A과장이 관련된 사안이 있는지 확인한 뒤 사표를 수리했다. 청와대가 내부 비리에 단호히 대처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려 한 것이 사실상 A과장의 변신을 방조한 셈이다.
이에 비해 한 전 처장의 경우 청와대는 단지 경찰 조사 중이라는 이유로 부위원장 인선에서 그를 제외하고 옷을 벗겼다. 청와대가 ‘관피아’ 척결을 말로만 외칠 것이 아니라 공직자 비리에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게 문제 해결의 첫걸음일 것이다.
세종=이성규 경제부 기자 zhibago@kmib.co.kr
[현장기자-이성규] 청와대 공직자 관리 ‘이중 잣대’
입력 2014-08-06 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