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윤일병 사망 파문] 윤일병은 늦둥이 막내 ‘속 깊은 청년’이었다

입력 2014-08-06 04:21 수정 2014-08-06 16:21
지난 4월 7일 육군 28사단 포병대대 의무반에서 선임병들의 가혹 행위로 숨진 윤모(20) 일병은 집안에서는 ‘보물’ 같은 존재였다. 윤 일병은 아버지 윤모씨가 40세, 어머니 안모씨가 38세 때 얻은 늦둥이 외아들이다. 그런 만큼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15살이나 많은 큰 누나와 3살 많은 작은 누나를 윤 일병을 세심하게 보살폈다.

응석받이로 자랄 법했지만, 윤 일병은 사려 깊은 든든한 아들로 자랐다. 윤 일병 가족은 음악적 소양이 풍부했다. 어머니는 교회에서 성가대 지휘하고 있으며 큰 누나는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뒤 외국 유학까지 다녀온 재원이다. 작은 누나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윤 일병 역시 음악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아버지 사업이 어려워지자 안정적이고 취업이 잘되는 간호학과에 진학했다.

여학생이 대부분인 간호대학에서 그는 과대표를 맡았다. 평소 윤 일병을 ‘순둥이’라고 불렀던 가족들은 깜짝 놀랐다. 조용하고 순종적인 성품이어서 수줍음이 많은 것으로 알았는데, 의외로 윤 일병이 대인 관계도 좋고 리더십도 있다는 게 쉽게 믿기지 않아서였다.

같은 과 친구들 다수가 간호장교를 지원한데 비해 윤 일병은 지난해 12월 일반 병사로 입대했다. 빨리 군복무를 마치고 취직을 해 집안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였다. 윤 일병은 훈련소 일기장에 “군대에서도 절약하자”라고 쓸 만큼 알뜰하게 생활했다.

지난 2월 18일 충남 논산훈련소에서 나올 때만 해도 윤 일병은 “훈련소 생활 재미있게 잘 마쳤다”며 면회 온 어머니와 큰 누나를 안심시켰다. 자대에 배치된 뒤에 집으로 건 전화에서도 군 생활이 힘겹다는 얘기는 일절 하지 않았다.

윤 일병이 상습적인 폭행을 당하고 있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가족이 천정벽력 같은 소식을 들은 것은 4월 6일 오후 5시쯤이다. 28사단으로부터 “병원에 이송됐다”는 연락이 왔다. 부모는 급히 의정부 성모병원으로 달려갔다. 이미 뇌사상태였다. 몸에는 퍼렇고 누런 멍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부모가 아들의 ‘상태’가 이상하다고 문제를 제기하자 윤 일병의 심장이 멈추기 직전인 4월 7일 오전 부대관계자가 찾아와 폭행이 있었다고 실토했다. 부모는 의정부 경찰서를 찾아가 아들이 폭행으로 사망했다고 신고했다. 병원을 찾은 경찰은 현역군인이어서 조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 일병 가족은 절규했다. 94세와 88세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늦게 얻은 손자의 억울한 죽음을 알고 통곡했다. 어머니 안씨는 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 “지금은 몸과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말을 잊지 못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