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의 동행]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김상위 교수 “2세대 폐암 표적치료제, 환자 생존기간 늘린다”

입력 2014-08-05 11:12

‘걸리면 죽는 암’으로 알려진 폐암, 증상이 없어 발견이 늦어지는 탓에 생존율이 다른 암 종에 비해 매우 낮다. 진단 당시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전체의 30%에 불과하다. 완치가 불가능한 폐암 환자들에게 항암화학요법은 마지막 희망이 되지만 항암제의 부작용 때문에 그 치료과정이 매우 고통스럽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항암제의 연구·개발이 활발해지며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효과는 높인 폐암 표적치료제가 등장했다. 암세포의 EGFR(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를 표적으로 하는 게피티닙이나 얼로티닙이 대표적인 약제들이며 최근 이들 1세대 약물의 한계를 보완하고 치료효과를 높인 2세대 표적치료제인 ‘지오트립(성분명 아파티닙)’이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김상위 교수를 만나 폐암 환자의 표적치료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상위 교수는 “폐암은 종류에 따라 치료 전략이 달라질 수 있다. 폐암은 크게 상대적으로 속도가 빠른 소세포폐암과 느린 비소세포암으로 나뉜다. 전체 폐암의 약 85%를 차지하는 비소세포암은 다시 편평상피세포암과 선암으로 구분된다. 최근 선암의 발병빈도가 높아지는 추세이며 특히 EGFR 라는 특정 유전자에 변이가 생긴 환자가 많다. 몇몇 조사에 따르면 서양에 비해 동양에서 EGFR 돌연변이 양성 환자가 많다는 것이 확인됐다. 특히 비흡연자인 여성 폐암 환자에게서 돌연변이 유전자가 발견되는 경우가 60∼70%정도로 높다. 이런 EGFR 돌연변이 양성 환자들은 표적치료제를 사용하면 좋은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폐암 환자에게 사용해온 1세대 표적치료제는 생존율 변화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 일반 항암치료를 할 경우 평균 생존율은 8∼10개월이지만 표적치료를 받을 수 있는 EGFR 돌연변이 양성 환자들은 표적치료제 사용 시 약 2년까지 생존한다는 보고가 있다. 1세대 표적치료제가 폐암 환자의 평균 생존율을 두 배로 올렸지만 내성 문제를 피해갈 수 없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1세대 표적치료제는 암 성장에 핵심적인 특정 단백질 수용체에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작용을 통해서 성장신호를 차단하고 세포를 사멸시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게 되면 표적치료제가 붙지 못하도록 하는 반동 작용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바로 내성 기전이다. 지오트립과 같은 2세대 치료제는 1세대 치료제와 달리 비가역적(irreversible)으로 계속 수용체에 붙어 있으며 EGFR을 포함한 ErbB Family 수용체를 폭넓게 억제하므로 이론적으로는 내성이 덜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지오트립과 같은 표적치료제는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없는 경우에는 소용이 없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를 통해 해당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지 확인해야한다. 김상위 교수는 “EGFR 변이가 있는 환자의 경우 표적치료제를 처음부터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치료법이고 더 좋은 치료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차세대 표적치료제인 지오트립의 경우 70%의 아시아인이 포함된 임상 시험에서 11.1개월의 무진행생존기간(PFS)을 보였다. 6.9개월의 무진행생존기간을 보인 일반 항암제 치료의 2배되는 수치다. 무진행생존기간은 종양의 크기가 작아지거나 유지되어 종양이 더 이상 성장하지 않으면서 환자가 생존한 기간을 의미하며 치료효과를 측정하는 중요한 지표다. 폐암의 5년 생존율이 다른 암 종에 비해 매우 낮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거의 1년에 가까운 무진행생존기간은 삶의 연장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현재 1세대 폐암 표적치료제와 차세대 지오트립의 효능과 독성을 비교한 임상이 진행 중이다. 이 연구가 환자치료에 중요한 역할이 되어줄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김상위 교수는 인터뷰를 마치며 환자들에게 희망의 끈을 놓지 말 것을 당부했다. 김 교수는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효과는 높인 표적치료제가 속속 개발되고 있다. 폐암이 그 선두에 있다고 본다. 과거 걸리면 죽는 병에서 이제는 만성질환처럼 관리하는 질환으로 인식이 변해가고 있다. 치료법이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용기와 희망을 갖고 치료에 임한다면 좋은 치료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단비 쿠키뉴스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