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병 구타 사망] “김관진 前국방, 자세한 보고는 못받았다”

입력 2014-08-05 04:31
국방부가 육군 28사단 윤모(20) 일병 사망 사건의 은폐 의혹에 대한 전면 재조사와 살인죄 적용을 검토하면서 '군 수뇌부 문책론'이 확산되고 있다.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을 중심으로 보고라인에 있는 육군 지휘계통과 헌병, 군 검찰 등으로 책임 범위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윤 일병 사망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이 헌병, 검찰과 군 수뇌부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정확히 전달되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며 군 보고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지난 7월 31일 윤 일병 사건의 심각성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처음 인지했다고 털어놨다.

◇28사단장 보직해임, 재판 관할도 3군사령부로 이관=한 장관은 국방부에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장기적인 가혹행위를 적발하지 못한 부대지휘 책임을 물어 28사단장을 보직해임하고,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방부 검찰단에 의혹이 제기된 부분에 추가 수사를 지시하겠다"며 재판 관할을 28사단에서 3군사령부로 옮겼다. 앞서 여야 지도부가 은폐 의혹을 제기하며 압박하자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묻겠다"며 '강경 조치' 카드를 꺼내들었다.

아울러 김흥석 육군본부 법무실장은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이모(25) 병장 등 4명의 가해자에게 상해치사가 아닌 살인죄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재판 관할이 옮겨지면서 공판 일정이 연기되고 공소장 내용도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윤 일병은 지난 5월 8일 순직 처리돼 상병으로 추서됐다.

◇부실 보고 논란, 수뇌부 면죄부용?=이번 사건의 경우 육군 지휘라인의 경우 28사단장, 6군단장, 3군사령관을 거쳐 육군참모총장에 보고된다. 수사 관련 상황은 헌병실장과 법무실장을 각각 거쳐 총장에게 보고된다.

하지만 권 총장은 윤 일병이 사망하기 전 가래침을 핥는 등 엽기적 행위를 강요당한 사실을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국회에서 "책임질 준비를 하고 군 생활을 하고 있다"면서도 "사의를 표명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사건 발생 다음날인 4월 8일 수사기관으로부터 '육군 일병이 선임병 폭행으로 기도가 폐쇄돼 사망했다'는 짤막한 보고를 받았고 이후 추가 보고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 일각에서는 "부실보고 주장이 군 수뇌부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것에 불과하고, 수뇌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익히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사건 직후 국방부 장관 주관으로 특별 군 기강 확립 대책회의가 열렸고, 권 총장도 5월 주요 지휘관 회의를 화상으로 열었기 때문에 가혹행위를 몰랐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 권 총장이 사퇴 의사가 있었으나 번복했으며, 이는 보고누락 책임을 자기 이하로 내려 김 실장과 청와대로 불똥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있다. 야권은 '김 실장 책임론'을 주장하고 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