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 “이순신 장군 심정으로”… 黨 혁신 ‘무거운 짐’

입력 2014-08-05 03:44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이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비대위원장으로서의 각오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앞으로 6개월가량 당을 혁신해야 할 무거운 임무를 지게 됐다. 제1야당에서는 첫 여성 비대위원장이다. 하지만 가야 할 혁신의 길은 멀고, 당내 상황도 녹록지 않아 보인다.

박 비대위원장은 4일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수락연설 도중 “피하고 싶었던 심정도 있었다. 그런데 피할 수 없는 상황인 것도 안다”면서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 대다수가 박 위원장 추대를 찬성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원내대표로서 세월호특별법과 새해 예산안 등을 두고 여당 원내 지도부와 협상을 해야 하는 한편 당 혁신도 이끌어야 하는 두 가지 큰 숙제를 떠안게 됐다.

박 비대위원장은 앞서 의총 인사말에서 “김한길 안철수 두 공동대표의 사퇴, 손학규 전 대표의 정계 은퇴까지 더 없이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촛불 밝히고 혼자 앉아 나랏일 생각에 이르니 모르는 사이에 눈물을 흘렀다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심정도, 하나님이 고통 속에 보여주신 자비와 인내를 믿는다는 프란치스코 교황 말씀도 모두 우리가 이겨내야 할 시련의 시간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차기 전당대회가 내년 1월에서 3월 사이에 열리기 때문에 장기 체제가 불가피하다. 박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 구성, 차기 전당대회 룰 조정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걸린 현안을 조율해야 한다.

하지만 비대위 출범부터 당내에선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되기도 했다. 정세균 의원은 CBS라디오에 출연해 “누가 비대위원장이 되고 비대위원이 되든 간에 당의 혁신을 위해 이런저런 제안과 아이디어가 있는데 그런 것에 대해 일방통행하지 말고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의총에서도 비대위 구성과 관련, “빠르게보다는 바르게 가자. 너무 급하게 가는 것보다 정도를 밟아 좀 늦더라도 제대로 가자”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전대 출마가 유력한 정 의원이 박 비대위원장에게 일종의 견제구를 던진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세대교체론에 대한 반론도 나오기 시작했다. 정대철 상임고문은 YTN라디오에 나와 “야권 혁신 논의가 인적 쇄신이나 중진 퇴진 따위의 대안 없는 인물교체론으로 나간다면 쓸데없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박지원 의원도 의총 직전 기자들과 만나 “노장층과 조화를 이루어서 나가는 게 좋지, 무조건 세대교체를 이뤄서 혁신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