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윤일병 구타 사망] 육군, 진상 파악하고도 사건발표 땐 언급 안해

입력 2014-08-05 03:41
지난 4월 7일 경기도 연천 28사단 포병대대 의무반에서 발생한 윤모(20) 일병 사망 사건에 대해 말단 병사에서부터 간부까지 모두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윤 일병이 숨지자 가해자인 주범 이모(25) 병장과 하모(22) 병장, 이모(21) 상병은 당일 오후 연천의료원 주차장에서 “윤 일병이 냉동식품을 먹다 죽은 걸로 하자”고 말을 맞췄다. 이들은 사단 헌병대에서도 냉동식품 때문에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자대에 복귀한 이 병장은 공범인 지모(21) 상병에게 함구령을 내렸고 입실환자였던 김모 일병에게는 “(사건이 났을 때) 자고 있었던 걸로 해 달라”고 강요했다. 지 상병도 김 일병에게 “너만 입 닫으면 잘 마무리된다”며 비밀 유지를 당부했다.

윤 일병이 폭행을 당했다는 전화 제보를 받은 김모 포대장이 면담했을 때도 이들은 거짓말을 했다. 이 병장은 천연덕스럽게 “냉동식품 하나에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다”고 했고, 하 병장은 “원인 모를 이유로 (윤 일병의) 맥박과 호흡이 가팔라졌다. 분위기도 화목했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증거인멸을 위해 윤 일병의 군용수첩을 찢어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사단 헌병대는 윤 일병이 전날 밤 선임병들로부터 폭행당했다는 것을 알았으며 숨진 당일 오전에는 구체적인 사항까지 확인했다. 육군 지휘부는 7일 오후 2시쯤 사건을 보고받았다. 하지만 육군은 이날 오후 언론에 윤 일병 사망 사건 발표를 하면서 가혹행위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은 국회에서 “최초에 사실을 알게 된 때와 시간이 가면서 밝혀지는 것 사이에 차이가 있었다”며 “최초 병사들이 은폐하기 위해 말했던 내용을 그대로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게다가 사단본부는 사건 발생 후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장교들의 휴대전화를 수거했다. 육군 관계자는 수사 차원이라고 했지만 국민일보와 통화한 군 소식통은 “사건 뒤 파장이 클 것을 우려해 수거한 것으로 안다”며 “언론의 관심이 클 것으로 봤지만 같은 달 16일 터진 세월호 침몰 사고로 관심을 끌지 못했다”고 말했다.

군은 이 사건에 대해 이미 세 차례 심리공판을 진행했다. 하지만 그간 전혀 폭행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군은 사건이 발생한 지 4개월이 다 되도록 쉬쉬해왔으며 결국 군 인권단체의 공개로 사건 전모가 드러났다. 한 예비역 육군 장성은 “상상할 수 없는 폭행 사태가 발생한 것도 충격적이지만 이를 숨기는 데 급급한 군의 모습이 더 수치스럽다”고 개탄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