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구조된 뒤 "모든 것이 내 책임"이라며 스스로 생을 마감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던 경기도 안산 단원고의 고(故) 강민규(52) 전 교감에게 최대 2억원의 사망보험금이 지급될 전망이다. 금융 당국이 국가적 재난에 따라 자살을 상해(傷害)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최종결과가 주목된다.
금융감독원은 4일 강 전 교감의 유족이 제기한 보험금 관련 민원에 대해 삼성화재 등 3개 보험사에 지급 취지로 최수현 금감원장 명의의 합의권고안을 발송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원칙적인 상해 개념에는 부합하지 않지만 고인의 정신적 충격이 컸던 점을 적극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현장조사를 마친 뒤 "심신미약 상태에서의 자살은 보험금 지급이 가능하다"는 법률 자문을 토대로 합의권고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손해보험업계는 전통적으로 자살이 보험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 그간 유서까지 남긴 자살에 대해 보험금이 지급된 사례는 거의 없다. 금융 당국은 강 전 교감의 죽음을 손해보험업계가 상해로 정의하는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는 부합하지 않지만,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아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자살임이 분명하다며 이같이 결론지었다. 참사가 아니었다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내릴 어떠한 개연성도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 비교적 명백해 보임에도 불구하고 보험금이 지급될 수 있다고 명시한 판례는 많다. 대법원은 "나 오늘 죽을 거야" 하며 선로 가운데를 걸어가다 전동열차에 머리를 부딪혀 사망한 건설현장 노동자의 사례(2001년), 부부싸움 도중 아파트 베란다 밖으로 몸을 던진 사례(2006년) 등을 "보험약관상 보험사고인 우발적인 사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판단능력이 온전치 않은 상황이라면 자살이라 하더라도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보험금 지급 면책사유에서 벗어난다는 얘기다.
강 전 교감에 대한 보험금 지급 권고는 금융소비자 편에 선 조치지만 원칙에 위배되는 온정주의인 것은 아니다. 금감원과 보험업계는 악용될 선례를 남길까봐 강도 높은 조사 과정을 거쳤다. 조사에 참여한 A사 관계자는 "비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혹시 강 교감이 여행지 선정 과정이나 세월호 이용 결정 등에 깊이 관여한 점이 있는지까지도 나름대로 알아봤다"고 밝혔다. '이유 있는 죄책감'에 따른 경우라면 보험금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강 전 교감은 지난 4월 18일 "나에게 모든 책임을 지워 달라. 내 몸뚱이를 불살라 침몰 지역에 뿌려 달라. 시신을 찾지 못하는 녀석들과 함께 저승에서도 선생을 할까"라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강 전 교감은 공무원 복지포인트로 보험료를 결제하는 교직원 단체 손해보험에 가입했다. 여러 보험사가 합동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보험사들이 합의권고를 수용하면 보험금이 지급된다. 하지만 반대하는 보험사가 생기면 해당 민원은 분쟁조정위원회에서 다시 판단을 받아야 한다.
이경원 조민영 기자 neosarim@kmib.co.kr
“단원고 교감 자살은 상해”… 보험금 지급될 듯
입력 2014-08-05 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