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베리아에서 의료봉사 중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미국인 의사 켄트 브랜틀리(33)가 치료의 일환으로 에볼라출혈열 생존자의 피를 수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증세가 호전되고 있어 수혈 요법의 효과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에볼라출혈열은 아직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브랜틀리 박사가 미 애틀랜타 에모리대 병원으로 송환되기 전인 지난달 31일 14세 소년의 피를 수혈했다고 지난 2일 보도했다. 이 소년은 에볼라출혈열에 걸렸다가 브랜틀리 박사의 치료를 받고 목숨을 건졌다. 브랜틀리 박사가 감염됐다는 소식을 들은 소년이 도움을 주고 싶다며 자신의 혈장을 기증해 수혈이 이뤄졌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혈장을 수혈한 브랜틀리 박사는 미국으로 돌아간 뒤 증세가 나아지고 있다.
감염 생존자의 피를 환자에게 수혈하는 방식은 1995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에볼라출혈열로 245명이 숨졌을 때 실험적으로 쓰였다. 생존자의 혈장을 주입받은 환자 8명 중 7명이 살아났다. 현장에 파견된 서구 의사와 과학자들은 검증되지 않은 수혈 치료에 반대했으나 콩고 의사들이 강행해 이뤄졌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에서도 출혈열을 일으키고 치사율이 50%에 이르는 ‘후닌 바이러스’ 감염 환자에게 생존자의 피를 주입해 치료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20년 전의 수혈 요법이 다시 등장한 건 생존자 혈액에 에볼라 바이러스와 싸워 이긴 항체가 있기 때문에 치료에 효과를 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아직 세계보건기구(WHO) 등은 수혈 요법을 치료법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생존자의 혈액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의학적으로 치료 효과를 입증하는 실험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브랜틀리 박사의 증세는 호전되고 있지만 수혈 요법 효과 때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감염병의 가장 좋은 예방법은 백신 접종이지만 에볼라출혈열은 백신이 없다. 인간뿐 아니라 침팬지 원숭이 등 영장류 동물에게조차 효과적인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990년대 후반부터 에볼라 바이러스 유전자를 직접 주입해 면역을 높이는 방식의 백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현 상황에서 가장 기대되고 있는 것은 미국 국립보건원(NIH) 백신연구센터가 개발한 시험용 백신이다. 쥐와 침팬지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와 다음달에는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열대의학연구소도 침팬지에게 효과가 있는 백신 시험에 최근 성공했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센터 홍주은 연구관은 “사람의 면역체계가 침팬지의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반응과 같거나 비슷하게 작용하면 미국과 영국이 개발한 백신제는 매우 유용한 에볼라 백신 후보물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에볼라 공포 확산] 생존자 피 수혈 받은 美 감염자 증세 호전… 치료 청신호?
입력 2014-08-05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