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 혁신 ‘무거운 짐’… 만장일치 추대 박영선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

입력 2014-08-05 02:26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4일 국회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박 비대위원장 바로 옆으로 7·30 광주 광산을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권은희 의원이 보인다. 재보선 패배 요인인 ‘공천실패’ 논란의 당사자인 권 의원은 의총 시작 전 “상처뿐인 당선이란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의총에서도 별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구성찬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앞으로 5개월 이상 당을 혁신해야 할 무거운 임무를 지게 됐다. 가야 할 혁신의 길은 멀고, 당내 상황도 녹록지 않아 보인다.

박 비대위원장은 4일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수락연설 도중 당의 혁신방안을 밝히며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박 비대위원장은 앞서 의총 인사말에서 최근의 당 상황과 관련, 이순신 장군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심정에 빗대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김한길·안철수 두 공동대표의 사퇴, 손학규 전 대표의 정계 은퇴까지 더 없이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촛불 밝히고 혼자 앉아 나랏일 생각에 이르니 모르는 사이에 눈물을 흘렀다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심정도, 하나님이 고통 속에 보여주신 자비와 인내를 믿는다는 프란치스코 교황 말씀도 모두 우리가 이겨내야 할 시련의 시간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차기 전당대회가 내년 1월에서 3월 사이에 열리기 때문에 최소 5개월가량 유지되는 장기 체제가 된다. 임시체제이지만 당에서는 이번 비대위가 ‘혁신’에 방점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 구성, 차기 전당대회 룰 조정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걸린 현안을 조율해야 한다.

비대위 출범부터 당내에선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되기도 했다. 정세균 의원은 CBS라디오에 출연해 “누가 비대위원장이 되고 비대위원이 되든 간에 당의 혁신을 위해서 이런저런 제안과 아이디어가 있는데 그런 것에 대해 일방통행하지 말고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또 “누구 하나 뽑아놓고 이 사람이 다 해결하겠지 하고 그냥 기다려서 될 일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차기 전대 출마가 유력한 정 의원이 박 비대위원장에게 일종의 견제구를 던진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세대교체론에 대한 반론도 나오기 시작했다. 정대철 상임고문은 YTN라디오에 나와 “야권 혁신 논의가 인적 쇄신이나 중진 퇴진 따위의 대안 없는 인물교체론으로 나간다면 쓸데없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우리 당은 노장층, 중도 우파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이념적인 스펙트럼이 넓은 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거들었다.

박지원 의원도 의총 직전 기자들과 만나 “노장층과 조화를 이뤄서 나가는 게 좋지, 무조건 세대교체를 이뤄서 혁신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