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병 구타 사망] “하사가 병장한테 ‘형님’이라 불렀다”… 병력관리·기강 ‘총체적 부실’

입력 2014-08-05 03:32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이 4일 국회에서 진행된 윤모 일병 폭행치사 사건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신체 곳곳에 구타 흔적이 있는 윤 일병의 사진을 들어 보이며 질의하고 있다.구성찬 기자

윤모(20) 일병 사망 사건이 발생한 경기도 연천 28사단 포병대대는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형님’이라고 부르는 등 부대 관리가 총체적으로 엉망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는 4일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 보고에서 병력관리의 총체적 부실과 기강해이 등을 사건 원인으로 분석했다.

육군 고위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의무대를 ‘병력관리 사각지대’로 만든 점이 사건 발생의 일차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사건이 발생한 의무반이 본부포대에서 220m 떨어진 C포대 막사에 설치돼 있었지만 대대장은 본부포대장과 C포대장 중 누구에게 의무반에 대한 관리·지휘 책임을 맡길지 명확히 하지 않았다.

실제 지난 4월 25일 내려진 관련자 징계에서 대대장이 정직 3개월로 가장 큰 문책을 받았다. 본부포대장은 정직 2개월을 받았고, C포대장과 연대장은 각각 견책 처분을 받았다. 이들 지휘관은 형식적으로 의무대를 순찰하는 등 감독에 소홀했다.

지난해 말부터 4개월간 가혹행위가 있었지만 간부까지 유착한 기강해이 때문에 외부로 발각되지 않았다. 의무반의 유일한 간부인 유모(23) 하사는 가혹행위 주동자인 이모(25) 병장에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형님’이라고 불렀다. 의무반 소속 5명의 장병들은 야간 점호조차 실시하지 않고 당직근무자가 순찰 근무를 서지 않는 등 ‘극도의 군기문란’ 상태였다. 포병대대 역시 전 인원이 두발 및 복장 불량으로 군기문란 지적을 받았다.

이 병장은 유 하사의 비호 아래 의무반의 ‘제왕’으로 군림했다. 유 하사는 이 병장을 통제하기는커녕 오히려 가혹행위에 가담했다. 의무반 전 병사가 이 병장에 대한 저항 의지를 상실하게 되자 계급을 내려오면서 전부 다 괴롭힘에 가담하는 ‘내림갈굼’ 현상이 나타났다. 한때 피해자였던 이모(20) 일병도 윤 일병을 폭행했다. 의무반에 입실한 포병 환자들도 사건을 목격했지만 신고하지 않았다. 때문에 간부의 방관과 동료 병사의 침묵이 사건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간 가혹행위가 이어졌지만 고충처리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특히 이 병장에 대한 고충 제기가 전무했다. 국방부는 이 병장이 평소 윤 일병에게 “우리 아버지가 조폭이다. 고충을 제기하면 너의 아버지 사업을 망하게 하고 어머니를 섬에 팔아버리겠다”고 협박했다고 공개했다. 사단장 출신 예비역 장성은 “사단장 이하 부대장의 각별한 관심이 없으면 가혹행위에 시달리는 장병들은 죽기 직전에야 겨우 피해 사실을 알리게 된다”며 고충을 제기하기 어려운 군의 구조적 문제를 비판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