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병원 엄기일 교수 “구순구개열 환자 얼굴 성형 만큼이나 다친 마음 치유 중요”

입력 2014-08-05 02:56

과거의 성형수술은 구순구개열(일명 언청이)이나 화상 환자를 대상으로 한 외모 재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요즘 들어서는 외모에 불만이 있어 좀 더 아름다워지기 위한 목적으로 성형수술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하지만 아직도 성형 분야에서는 구순구개열 등 안면장애로부터 고통받지 않기 위해 치료하는 환자들이 많다.

평생을 구순구개열 수술에 헌신한 엄기일(사진) 건국대학교병원 성형외과 교수를 지난 24일 만났다. 엄 교수는 “나는 평생 아이들의 얼굴을 성형수술했다”고 말했다.

그는 1989년부터 국내 최초 구순구개열 전문 클리닉(한양대병원)을 열어 약 8000례의 구순구개열 분야 수술을 시행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구순구개열 분야 수술을 가장 많이 한 의사로 손꼽힌다.

구순구개열 안면기형질환은 선천성발육 부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안면기형으로 안면을 이루는 태생초기에 출현하는 돌기들의 융합실패에 기인한다. 주로 태생 8주 이전에 발생하며, 외형상으로 많이 드러나는 부분은 윗입술이 갈라져 있는 모습이다. 신생아 평균 600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 원인은 아직 확실히 규명되고 있지 않으나 유전적 요인이 주요한 것으로 생각되며 그 외에 산모의 영양부족, 정신적 스트레스, 약물, 방사선, 감염으로 인한 저산소증 등이 있다. 건강상태가 좋다면 6주후 바로 수술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가 이 수술에 뛰어들게 된 것은 미국의 한 스승과의 인연으로부터 시작됐다.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 의대 교환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현대 구순구개열 수술의 창시자인 밀라드(Millard) 박사로부터 구순구개열 수술법을 배웠다.

우리나라에서 구순구개열 환자는 급격히 줄고 있다. 거기에는 가슴 아픈 이유가 있다. 엄 교수는 “아직까지 한국은 구순구개열에 대한 편견이 많다. 심지어는 천형(天刑)이라고까지 생각한다. 그렇다 보니 임신 중 낙태 문제를 상담하러 방문하는 환자들도 많다”고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초음파 등 의학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임신 중 장애를 미리 발견하고 낙태하는 경우가 많아 1차 환자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신체장애를 이유로 태아를 지우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엄 교수는 그들이 세상 속에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민들레회’ 환우회를 결성해 20년간 운영하고 있다. 구순구개열 환자는 외적으로 다르다는 이유로 외톨이가 되거나 소외받기 쉽다. 엄 교수는 “성형을 통해 외모를 개선했다고 해서 마음이 모두 치유되지는 않는다. 성형 후에도 학교나 사회생활에서 받은 상처를 회복할 수 있도록, 또 자신의 병을 인정하고 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윤형 쿠키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