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4일 군내 가혹행위로 숨진 윤모 일병 사건과 관련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및 국방위원회에서 긴급 현안질의를 열고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권오성 육군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를 한목소리로 질책했다. 의원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천인공노할 사건” “야만적인 폭행”이라고 지적하며 병영문화 개선 등 근본 대책을 당장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한 장관은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비통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거듭 사과했다.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은 국회 국방위 질의에서 “근본적인 해결과 진단을 내놓으려는 노력이 대단히 미흡하며 가슴에 와닿는 게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 부사관 출신인 같은 당 손인춘 의원은 “내가 30년 전 군생활할 때도 이러한 일이 없었는데 도대체 군이 어디까지 곪아터졌는지 알 수가 없다. 계속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의원은 “이번 사건은 구타가 아닌 고문치사 사건”이라며 “구태의연한 정신교육을 총체적으로 점검해 신세대들의 의식 수준에 맞춰야 한다”고 했다. 황진하 국방위원장은 “대체 군 간부는 부대 장악이나 부하 신상파악을 어떻게 하는지 걱정이 태산”이라고 질타했다. 한 장관은 “장병의 인격이 존중되는 인권 모범지대가 되도록 병영문화를 쇄신해 나가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병영문화 개선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정치연합 윤후덕 의원은 “민주화운동 과정 중에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고 한 박종철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윤 의원이 “차라리 엄마에게 이를 수 있도록 병사들에게 휴대전화를 지급하라”고 하자 권 참모총장은 “그 부분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오후에 열린 국회 법사위원회의 긴급 현안질의에서도 호된 질책이 이어졌다.
새정치연합 우윤근 의원은 “링거 수액을 투여한 두 시간을 제외하고는 쉬지 않고 (윤 일병에게) 폭행을 가했다”며 “내가 졸병이던 36년여 전보다 (가혹행위가) 더 심하다”고 꼬집었다. 또 “수십조원을 들여 신무기를 들여오는 것보다 내부의 적을 척결하는 게 장관의 가장 큰 사명”이라며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같은 당 서영교 의원은 “아들이 있는데 군에 보내야 하나요, 안 보내야 하나요”라고 한 장관에게 물었다. “군대에 맘 놓고 보내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 장관이 답하자 서 의원은 “군에서 구타 장면을 봤다고 응답한 비율이 2005년보다 배나 늘었다는 보고가 있는데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마음 놓고 군에 자식을 보낼 수 있겠느냐”고 따졌다.
같은 당 이춘석 의원은 “저도 아들이 군에 가 있는데 불안해서 못 살겠다”며 민간인 참여 옴부즈맨 제도를 만들어 병영을 감시하라고 제안했다.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은 “이 사건은 우리의 헌법적 가치를 짓밟은 것”이라며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서나 일어나는 일들을 대한민국 군대에서 보게 하느냐”고 한 장관을 질책했다.
김경택 기자
[윤일병 구타 사망] “차라리 엄마에게 이를 수 있도록 병사들에 휴대전화 지급하라”
입력 2014-08-05 0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