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병 구타 사망] “차라리 엄마에게 이를 수 있도록 병사들에 휴대전화 지급하라”

입력 2014-08-05 02:36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이 4일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치사 사건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구성찬 기자

여야는 4일 군내 가혹행위로 숨진 윤모 일병 사건과 관련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및 국방위원회에서 긴급 현안질의를 열고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권오성 육군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를 한목소리로 질책했다. 의원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천인공노할 사건” “야만적인 폭행”이라고 지적하며 병영문화 개선 등 근본 대책을 당장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한 장관은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비통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거듭 사과했다.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은 국회 국방위 질의에서 “근본적인 해결과 진단을 내놓으려는 노력이 대단히 미흡하며 가슴에 와닿는 게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 부사관 출신인 같은 당 손인춘 의원은 “내가 30년 전 군생활할 때도 이러한 일이 없었는데 도대체 군이 어디까지 곪아터졌는지 알 수가 없다. 계속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의원은 “이번 사건은 구타가 아닌 고문치사 사건”이라며 “구태의연한 정신교육을 총체적으로 점검해 신세대들의 의식 수준에 맞춰야 한다”고 했다. 황진하 국방위원장은 “대체 군 간부는 부대 장악이나 부하 신상파악을 어떻게 하는지 걱정이 태산”이라고 질타했다. 한 장관은 “장병의 인격이 존중되는 인권 모범지대가 되도록 병영문화를 쇄신해 나가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병영문화 개선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정치연합 윤후덕 의원은 “민주화운동 과정 중에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고 한 박종철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윤 의원이 “차라리 엄마에게 이를 수 있도록 병사들에게 휴대전화를 지급하라”고 하자 권 참모총장은 “그 부분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오후에 열린 국회 법사위원회의 긴급 현안질의에서도 호된 질책이 이어졌다.

새정치연합 우윤근 의원은 “링거 수액을 투여한 두 시간을 제외하고는 쉬지 않고 (윤 일병에게) 폭행을 가했다”며 “내가 졸병이던 36년여 전보다 (가혹행위가) 더 심하다”고 꼬집었다. 또 “수십조원을 들여 신무기를 들여오는 것보다 내부의 적을 척결하는 게 장관의 가장 큰 사명”이라며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같은 당 서영교 의원은 “아들이 있는데 군에 보내야 하나요, 안 보내야 하나요”라고 한 장관에게 물었다. “군대에 맘 놓고 보내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 장관이 답하자 서 의원은 “군에서 구타 장면을 봤다고 응답한 비율이 2005년보다 배나 늘었다는 보고가 있는데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마음 놓고 군에 자식을 보낼 수 있겠느냐”고 따졌다.

같은 당 이춘석 의원은 “저도 아들이 군에 가 있는데 불안해서 못 살겠다”며 민간인 참여 옴부즈맨 제도를 만들어 병영을 감시하라고 제안했다.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은 “이 사건은 우리의 헌법적 가치를 짓밟은 것”이라며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서나 일어나는 일들을 대한민국 군대에서 보게 하느냐”고 한 장관을 질책했다.

김경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