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을 앓은 지 10년 된 60대 남성 이현우(가명)씨. 그는 당뇨병으로 진단된 후 처음 3년은 식이요법 등으로 당을 조절했다. 이후 7년간 약을 먹었으나 평생 약을 먹게 될 것을 걱정해 자의로 3개월간 약물을 중단하고, 식이요법 등에 의지했다.
어느 날 이씨는 심한 위약감과 피곤감이 생겨 병원을 찾아갔다. 검사 결과 혈당수치가 급격히 상승해 식전혈당은 300mg/dL, 식후혈당은 550mg/dL에 달했다.
당뇨병 환자 중 자의적으로 치료제 복용을 중단해 병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상당수의 당뇨병 환자들이 치료제를 평생 먹어야 한다는 점에 부담을 느껴 식사 요법과 운동 요법에만 의지해 치료제 복용을 늦추기도 한다.
최성희 분당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는 “당뇨병 치료제를 처방받은 환자가 복용을 미룰 경우 혈당 관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러한 실수가 반복될 경우 고혈당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 절반(55.4%)이 자신이 당뇨인 줄 모른다고 응답했다. 당뇨인 줄 알고 있으면서도 ‘치료가 필요없다’고 응답한 환자가 약 14.1%에 달했다. 약을 복용하는 환자들도 ‘혈당조절 목표 도달률’이 약 30%에 불과하다. 그만큼 약을 제때 복용하지 않아 합병증에 시달리는 환자가 많다.
일부 환자들은 치료제를 복용하면 자신의 인슐린 기능을 잃게 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한다. 최 교수는 “식이·운동 요법을 잘 챙기는 상태에서 치료제를 복용하면 한정된 인슐린 기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 있어 추가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치료제는 생활습관 교정만으로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처방되는 만큼 약을 지침에 따라 복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뇨병을 고친다며 의학적 근거가 없는 건강기능식품이나 약초 등을 복용하다 병이 악화돼 내원하는 환자도 많다. 최 교수는 “이러한 식품 섭취로는 치료제의 효과를 대체할 수 없으며 오히려 이로 인해 약물 요법이 늦어지게 되면 당뇨병만 악화시키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당뇨병은 약물 요법과 생활습관, 스트레스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개선되는 병”이라며 “주치의가 처방한 약을 제때 잘 챙겨 복용하지 못했다면 그 사실을 숨기지 말고 주치의에게 보고해야 한다. 주치의에게 보고하지 않아 불필요하게 약물 용량을 늘리는 등의 처방이 이뤄지면 저혈당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한편 젊은이들은 야근 등을 이유로, 고령층은 건망증 탓에 하루 두세 번 챙겨야 할 치료제를 복용하지 않아 합병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에는 하루 한 번 복용하는 복합제 서방정 등으로 처방을 변경하는 식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장윤형 쿠키뉴스 기자 vitamin@kukimedia.co.kr
[인터뷰] 분당서울대병원 내과 최성희 교수 “환자 절반 당뇨 모른 채 병 키운다”
입력 2014-08-05 0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