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골수성백혈병(AML)은 골수와 혈액에서 발생하는 공격적인 암으로 모든 백혈병 가운데 생존율이 가장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자의 평균 연령은 65∼70세로 주로 연령이 높은 성인에서 많이 발병한다. 현재 권고되는 표준 치료요법은 집중 화학요법이지만 연령이 많고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집중 화학요법을 견뎌내지 못하며, 치료 예후 또한 좋지 않다.
최근 이러한 고령의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가 미국에서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아 주목받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항암제 후보물질인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치료제 ‘볼라설팁(volasertib)’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연합 규제당국으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 약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는 치료법이나 진단 방법이 제한적이거나 존재하지 않는 희귀질환의 치료제에 대해 ‘희귀의약품 지정’ 약물로 선정한다. 희귀의약품지정을 통해 새로운 치료제의 개발과 허가 절차에 도움을 주는 규제 지원 및 장려책을 지원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약물의 기전은 무엇일까. 볼라설팁은 세포 성장 및 과도한 분열을 억제하는 효소를 표적화하는 선택적 Plk(Polo-like kinase) 억제제다.
Plk1은 Plk과에 속하며, 그 특성이 가장 잘 규명된 키나제이다. 볼라설팁으로 Plk1을 억제하면 세포 주기가 정지되고 궁극적으로 세포 사멸을 유도할 수 있다. Plk1 활동을 억제하면, 급성골수성백혈병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특징인 세포 분열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종양 세포 성장을 멈추고 종양 세포의 활발한 분열을 줄이는 효과까지 있어 환자의 생존 기간을 늘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볼라설팁은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현재 임상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이 현재 개발하고 있는 두 개의 후기 임상 단계의 항암제 신약 후보화합물질 중 하나이다. 이는 현재 3상 개발 단계다. 3상 연구인 POLO-AML-2는, 집중 관해유도요법에 적합하지 않으며 이전에 치료받지 않은 65세 이상의 AML환자를 대상으로 저용량 사이타라빈(화학요법의 한 형태)과 볼라설팁의 병용요법을 연구하는 것이다. 볼라설팁은 제1, 2상 임상 시험을 통해 화학요법과 병용 치료할 경우, 고령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생존 기간을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에 대한 자세한 연구 결과는 올해 말 공식적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현재 제한된 치료요법으로 인해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이 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볼라설팁이 향후 출시될 경우 새로운 치료 대안을 제공할 수 있을지 환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 측은 “현재 진행 중인 볼라설팁 제3상 임상 연구와 함께 미국과 유럽의 규제 당국과 긴밀히 협력해 환자들이 하루 빨리 이 약물의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엄기성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볼라설팁은 미국에서도 임상 진행 중인 약이며 국내 임상 등의 도입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 약이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에게 획기적인 치료약이 될 수 있을지는 다른 약과의 비교임상 등을 통해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
[항암제이야기]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볼라설팁’
입력 2014-08-05 0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