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의 동행] “DNA 백신, 질병 예방 넘어 감염환자 치료도 가능”

입력 2014-08-05 02:49
DNA 백신 학술대회에서 각각 의장과 자문위원을 맡은 데이비드 와이너 박사(사진 중앙)와 조셉 박사(사진 왼쪽)는 DNA백신을 차세대 백신이라고 소개하며 감염성 질환뿐 아니라 암과 같은 중증질환으로 백신 영역이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자 중 유일한 국내기업 진원생명과학의 정문섭 연구소장(사진 왼쪽)과 박영근 대표(사진 오른쪽)는 학술대회 기간 중 C형간염에 대한 DNA백신 임상1상 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DNA 백신은 기존 백신이 지니던 기능이자 한계였던 질병예방 차원을 넘어서 치료개념이 접목된 새로운 개념의 백신입니다. 백신으로 예방할 수 없다고 여겨져왔던 암이나 에이즈 등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전염병뿐 아니라 만성질환으로 희생하는 무수한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7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2014 DNA 백신 학술대회에서 대회 의장을 맡은 펜실베이니아대 데이비드 와이너(David Weiner) 박사는 DNA를 이용한 새로운 백신 영역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와이너 박사를 포함해 이노비오 사의 종 조셉 킴(J. Joseph Kim) 박사 등 DNA 백신 분야의 내로라하는 석학들이 모여 DNA 백신 연구의 최신 동향을 소개하고 미래를 전망했다.

백신은 20세기 공공보건에서 가장 큰 성과를 가져온 발명품으로 일컬어진다. 백신 덕에 무수히 많은 전염병이 큰 폭으로 줄어들거나 거의 사려졌다. 콜레라, 결핵, 소아마비, 인플루엔자 등 적절한 치료 기술이 없었던 다양한 종류의 감염성 질환들이 백신의 개발로 효과적으로 퇴치될 수 있었다. 특히 백신 접종률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백신의 수혜를 많이 입은 나라이기도 하다. 영유아가 홍역으로 집단 감염되어 사망하거나 소아마비 바이러스로 인해 불구가 되는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일반적인 백신은 병원체에 노출되기 전 미리 접종해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부작용 논란으로 백신 반대론까지 불거지면서 한때 국가필수예방접종률이 낮아지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DNA 백신이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백신이 지닌 한계와 단점을 넘어섰다는 데 있다. 우선 ‘예방용’으로 머물러 있던 기존 백신과 달리 DNA 백신은 이미 감염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치료용’ 백신이다. 또한 DNA 백신은 ‘치료제’로서 역할을 다한 뒤 해당 감염성 질환에 대한 면역원성을 장기간 유지시켜 예방백신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인체는 병원체에 대항하기 위해 두 가지의 면역체계를 작동시킨다. 하나는 항체 생성을 목적으로 하는 체액성 면역과 T세포의 활성화를 통한 세포성 면역이다. 기존의 백신은 항체 생성에만 의존한 탓에 충분한 예방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감염되는 이유는 이 탓이다. DNA 백신은 기존 백신과 달리 T세포가 관여하는 세포성 면역을 효과적으로 유도해 강력한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이와 같은 기술은 종래 백신기술로는 예방이 어려웠던 에이즈나 암 등에 대한 백신 연구·개발이 가능하게끔 한다. 더불어 일각에서 백신 부작용의 원인으로 지목해온 알루미늄이나 수은과 같은 보조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돼 기존 백신에 비해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살아있는 병원체를 체내 직접 주입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기존 백신은 실제 감염의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었으나 DNA 백신은 체내에서 병원체의 특정 부분을 만들어내는 유전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감염 위험성이 전혀 없다. 이와 관련해 조셉 박사는 유전자가 돌연변이될 일은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조셉 박사는 “DNA 백신의 안전성이 확인된 많은 연구가 있다. 미국 FDA도 더 이상 안전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지 않는다. 흔히 DNA 백신이라고 하면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DNA를 직접 주입한다고 생각하는데 재조합된 플라스미드를 이용해 세포 안에서 항원이 만들어지는 원리이기 때문에 병원성 균이나 바이러스가 잔존하는 위험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학술대회에 국내 바이오기업으로 유일하게 참여한 진원생명과학은 대회 마지막 날 C형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DNA 백신 임상1상 결과를 발표해 세계 석학들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 C형간염의 표준치료로 항바이러스제가 사용되고 있지만 내성 문제와 비싼 약값 때문에 조절이 어려운 질환이란 점에서 치료백신 개발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진원생명과학 박영근 대표는 “항바이러스제는 수주 후에 효과가 없어지는데 이는 내성의 출현과 면역력의 감퇴 때문이다. 하지만 DNA 백신을 이용하면 강력한 면역반응을 일으켜 치료와 예방이 동시에 가능하다. 내년 임상2상 결과발표를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샌디에이고=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