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따르라式 지휘 이제 그만”

입력 2014-08-05 02:50 수정 2014-08-05 15:16
새 교향악단 ‘심포니 송’을 창단한 지휘자 함신익은 4일 “미래지향적이고 시대를 앞서가는 오케스트라를 만드는 게 수년 전부터 꿈이었다. 요즘 무척 행복하다. 모든 걸 버리고 여기에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경근 선임기자

KBS교향악단 단원들과의 갈등으로 2012년 상임지휘자 자리에서 물러났던 함신익(57) 예일대 교수가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새 악단의 이름은 ‘심포니 송(S.O.N.G)’으로 차세대를 위한 오케스트라(Symphony Orchestra for the Next Generation)라는 뜻이다.

4일 서울 강남구 언주로의 한 건물 지하 1층에 자리한 ‘심포니 송’ 연습실에서 그를 만났다. 도산사거리, 전에 술집이던 공간이 오케스트라 연습실로 바뀌었다. 두 달 전 시작된 공사는 막바지에 이르렀다. 120평에 이르는 연습실에는 피아노와 단원들이 앉을 30여개의 의자가 있었고 선풍기 두 대가 돌아가고 있었다.

2년간 국내 음악계를 떠났던 그가 새로운 오케스트라를 들고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1992년부터 미국 뉴질랜드 등 세계무대에서 활동하던 그가 한국에 들어온 건 2001년. 한국 오케스트라는 외국과 차이가 크다고 느꼈다. 뉴욕 필하모닉처럼 미국의 유명 악단은 대부분이 민간 오케스트라인데 우리는 거의 국가나 공기업의 지원을 받고 있다. 오디션 선발방식이나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문화도 달랐다.

그는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 것인가. 대한민국에 어떤 오케스트라가 나와야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이 있을까 하는 고민이 그때부터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언젠가는 새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음악계에서도 혁신과 창조가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새로운 민간 오케스트라 ‘심포니 송’의 재원조달 방식은 독특하다. 오케스트라를 국민이 직접 만들어간다는 그의 철학에 맞게 다양한 사회단체, 개인, 기업 등의 협찬으로 운영된다. 창단에 필요한 연습실과 각종 업무시설, 집기, 공연에 필요한 피아노, 타악기 등 일체를 기증받았다. 그는 “음악 하는 사람들이 변하면 충분히 후원할 수 있다는 기부자가 많다”고 전했다. 단원은 최정예 30명을 뽑았다. 펀드가 마련되면 세계 곳곳에 공고를 낼 예정이다.

그는 “해마다 들어오는 예산이 없으니 우리가 내년에 살아남을지 아닐지 모른다”며 웃었다. 그는 “앞으로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면서 정기연주회를 할 예정이다. 한 달에 최소 한 주는 클래식 음악을 직접 접하기 힘든 곳을 찾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함 지휘자는 “데뷔 초의 나는 지휘봉을 들고 전체를 아우르는 장수였다. ‘나를 따르라’는 식의 내 위주의 음악이었다. 어리고 부족한 게 많았다. 50대에 들어서는 나를 내세우기보다는 연주자들이, 즉 오보에와 첼로가 서로의 소리를 듣고 조화를 이루게 하는 지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창단 연주회는 23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그가 가장 존경하는 음악인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과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협연 백혜선)를 연주한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