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28사단이 지난 4월 7일 산하 포병대대 의무반에서 발생한 윤모(20) 일병 사망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사건만 터지면 일단 숨기고 보려는 군의 악습이 야만적인 폭행 사건에서도 재연됐다는 점에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군 소식통은 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일병이 사망한 이후 사단 차원에서 장교들의 휴대전화를 수거하는 등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게 하기 위한 조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윤 일병이 쓰러진 지 10여 시간 뒤 의무반에서 지속적이고 조직적인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것이 파악됐다”면서 “하지만 부대 측은 사건의 파장이 클 것을 우려해 일단 외부와 접촉을 막는 데 주력한 것”이라고 말했다. 즉각 상부에 보고하고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함에도 이 부대는 사건 은폐에만 급급했던 것이다. 장교들의 휴대전화 수거는 언론 등과의 접촉을 차단하기 위한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육군 관계자는 “해당 부대는 사고를 은폐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수사 차원에서 참고용으로 장교들의 휴대전화를 수거한 것”이라며 “시점도 5월 초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윤 일병 사건 보고서에 따르면 28사단 헌병대는 사망 당일 윤 일병이 어떤 폭행을 당했는지 파악했다. 하지만 군 당국은 당시 언론에 “윤 일병이 선임병들에게 맞고 쓰러진 뒤 음식물에 기도가 막혀 숨졌다”고 발표했다. 윤 일병이 당한 상습적인 폭행과 가혹행위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군은 지난달 31일 군 인권센터가 이 사건에 관해 기자회견을 갖기 전까지 4개월 가까이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다. 민간단체에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면 모른 채 넘어가려 했던 셈이다.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적 비판 여론이 커지자 군은 가해 병사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키로 했다. 김흥석 육군본부 법무실장은 국방위 긴급 현안질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의원이 “상해치사가 아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국민 여론이 그렇다면 다시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김 실장은 지난 1일 국방부 기자실에서 “가해자들이 윤 일병의 급소를 때린 것은 아니어서 살해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살인죄 적용은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실장은 “5일로 예정된 결심공판을 연기해 달라고 재판부에 신청하겠다”며 “공소장 변경이 가능한지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유동근 기자 hschoi@kmib.co.kr
[단독-윤일병 구타 사망] 28사단, 사망 직후 사건 은폐하려 “부대 장교들 휴대전화 수거했다”
입력 2014-08-05 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