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창궐 서아프리카, 전염 공포에 시신 방치

입력 2014-08-05 02:07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한 서아프리카에서 사흘 만에 사망자가 100명 가까이 늘어나는 등 현지 대응이 사실상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시신들이 나흘간 방치되며 현지 보건 당국도 제때 손을 못 쓰고 있어 주민들의 공포심도 확산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아프리카에 대한 여행 자제를 경고했으며, 발병국 출신 인사들과의 접촉 기피 현상 등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사망자 급증=세계보건기구(WHO)는 3일(현지시간)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사망자 수를 826명으로 집계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지난달 31일 729명이던 사망자 수가 사흘 만에 97명 증가했다. 1300여명이던 감염자도 17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 교외의 클라라 타운에서는 구토와 출혈 등 에볼라 감염 증세를 보이며 사망한 남성 2명의 시신이 나흘간 거리에 내버려져 있었다는 주민 증언이 나왔다. 주민 네마 레드는 로이터 통신에 “감염자가 거리에서 죽었고 나흘간 그대로 방치됐다”고 말했다. 감염자는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주민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외면당한 채 거리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루이스 브라운 라이베리아 정보장관은 “의료진이 시신을 수습했으며 거리에 방치된 것은 몇 시간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몬로비아 외곽의 빈곤 지역인 존슨빌에는 에볼라 사망자 시신 30구를 매장할 예정이었으나 땅 주인이 시신 매장용 토지 매각을 거부해 무산됐다. 라이베리아 정부는 주민들의 반발과 시신 접촉으로 인한 에볼라 확산을 막기 위해 시신을 화장키로 했다.

의료 봉사활동 중 에볼라에 감염된 미국인 간호사 낸시 라이트볼(60·여)은 이날 새벽 1시쯤 전세기편으로 귀국해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에모리대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확산 방지 총력전, 부작용도 속출=자국민 2명이 에볼라에 감염된 미국은 라이베리아와 기니, 시에라리온 등 3개국에 대해 여행자제 경보를 발령했다. 특히 4일부터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미국·아프리카 정상회의 참석자에 대해 에볼라 감염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캐나다도 3개국에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유럽연합(EU)은 에볼라 감염자가 역내로 들어올 것에 대비해 감염자 추적 및 격리치료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주기니 러시아대사관은 직원 전원에 대해 외출을 금지하고 현지인과 접촉 및 공공장소 출입금지 등의 지시를 내렸다. 서아프리카 출신국 인물과 접촉을 꺼리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의료단체 ‘굿뉴스의료봉사회’는 코트디부아르와 가나 등 아프리카 4개국에서 열기로 한 행사를 돌연 취소했다.

치료약이 없는 에볼라가 자칫 1980년대의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처럼 인류를 공포에 몰아넣는 역병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톰 프리든 미 질병예방센터(CDC) 소장은 “에볼라 통제 방법을 알고 있으며 확산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공포감 확산 방지에 주력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