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 공포가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 국내 감염 가능성이 높지 않음에도 불안감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해외 휴가 및 출장을 취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기업들은 아프리카 주재원을 철수시키거나 현지 사업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아프리카에 파송된 우리 선교사들은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나라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로 피하거나 일시 귀국을 고심 중이다.
인터넷과 SNS에는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행사에 참가하는 아프리카인들의 입국을 반대하는 여론이 빗발치고 행사 자체를 취소하라는 요구도 봇물을 이룬다. 실제 4일부터 오는 15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제2차 차세대 여성 글로벌 파트너십 세계대회’에 오려던 나이지리아 출신 여대생 3명은 참가가 불허됐다. 나이지리아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사망자가 나왔다는 이유에서다. 이 행사는 덕성여대가 유엔여성기구와 함께 개최하는 국제대회다.
에볼라 바이러스 후폭풍이 확산되자 정부는 4일 총리실 주재로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가진데 이어 질병관리본부도 이날 별도의 브리핑에서 “치사율이 높은 위험한 질환이지만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국내 유입 상황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치사율이 25∼90%에 이르지만 바이러스 전파력이 약해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며 불안감 확산을 진정시켰다.
방역 당국의 설명대로라면 다소 안심은 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철저한 검역 강화 및 감염 예방 대책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아프리카로부터의 입국자들에 대한 검역 강화는 물론 이들에 대한 잠복기 추적 조사에도 만전을 기해야겠다. 특히 이 지역에서 의료봉사, 선교 활동에 참가한 사람들을 세밀하게 관리해야겠다. 이들은 공무나 사업, 여행 등의 목적으로 아프리카를 방문한 사람들과는 달리 인원과 경로 파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가장 심각한 것은 괴담의 무차별적인 유포다. 마치 보균자가 국내에서 활보하는 듯한 루머까지 퍼져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정부는 ‘안심하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괴담 차단에 나서야 된다. 언론 보도와 광고를 통해 적극적으로 에볼라 바이러스 공포에 대한 오해를 푸는 동시에 허위 사실을 퍼뜨리는 경우 엄단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광우병, 조류인플루엔자, 신종플루 괴담으로 엄청난 국력을 낭비한 경험이 있지 않은가.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함은 물론이다.
국민들도 이성적으로 판단해야겠다. 감염을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나 이를 지나친 공포로 여겨서는 안 되겠다. 근거 없는 공포는 또 다른 공포를 낳고 이는 결국 진실마저 왜곡시킨다. 무엇보다 특정 국가 사람들의 입국을 막거나 국제행사 취소를 요구하는 행동은 자제해야 된다. 지금은 방역 당국을 신뢰하면서 국민들 스스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한 성숙함을 보여야 할 때다.
[사설] 에볼라 방역관리 이상으로 괴담도 차단해야
입력 2014-08-05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