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가전 유통업체 베스트바이 최고경영자(CEO)인 허버트 졸리 회장은 최근 IT 전문매체 리코드(Re/code)와의 인터뷰에서 “태블릿PC 판매가 추락(crashing)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0년 아이패드 등장과 함께 스마트폰을 이을 모바일 시대의 기린아로 주목받았던 태블릿PC가 벌써 쇠락의 길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이다. 졸리 회장은 지금 상태라면 태블릿PC 시장이 포화나 다름없다고 봤다. 그는 “태블릿PC의 문제는 제품을 한번 사면 더 좋은 사양으로 업그레이드할 필요를 못 느낀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태블릿PC 시장은 죽고 있는 것일까. 4일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 세계 태블릿PC 출하대수가 4930만대로 지난 1분기보다 1.5% 줄었다. 7840만대가 출하됐던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감소 폭은 37%에 달할 정도로 커진다.
특히 시장 1위와 2위인 애플, 삼성의 최근 행보가 심상치 않다. 애플은 올 2분기 아이패드를 1327만대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감소했다. 1분기보다 19%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2분기에 800만대를 판매했다. 역시 1분기(1300만대)보다 부진하다.
태블릿PC 시장의 정체는 사용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태블릿PC는 업무용으로 사용하기엔 노트북이나 PC보다 불편하다. 소비자는 수십년 동안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하는 데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당초 태블릿PC의 특화기능이라고 꼽혔던 e북, 잡지 등 큰 화면의 장점을 살리는 콘텐츠도 생각보다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보니 고사양 제품이 필요하지 않고, 한번 구입한 걸 계속 쓰게 된다는 것이 시장의 반응이다. 이 때문에 IT기기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이미 태블릿PC를 다 샀기 때문에 시장이 더 크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마저 나온다.
게다가 스마트폰 화면이 점점 커져 5인치를 넘는 제품이 보편화하면서 태블릿PC와 차별성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벤처캐피털 앤드리센 호로위츠의 투자자 베네딕트 에반스는 “스마트폰이 커지고 할 수 있는 게 많아질수록 소비자들은 수백 달러를 들여 태블릿을 살 이유를 찾지 못할 것”이라면서 “스마트폰이 커지면 커질수록 이런 경향은 심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애플과 삼성은 여전히 태블릿PC가 성장동력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한다고 본다. 팀 쿡 애플 CEO는 “판매 부진은 일시적인 것이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아이패드는 여전히 잠재력이 크다”고 미래를 낙관했다. 특히 업무용 태블릿 시장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애플은 최근 IBM과 손잡고 업무용 아이패드를 판매키로 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탭S 출시를 계기로 태블릿 사업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갤럭시탭S가 해외 IT 전문매체로부터 일제히 ‘아이패드 대항마’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IM부문 내에 태블릿그룹을 신설하며 판매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치고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기획] “시장 죽었다” vs “앞길 창창”… 전망 엇갈리는 태블릿PC
입력 2014-08-05 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