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1차 세계대전 발발 100주년(7월 28일)을 맞이하고도 독일 사회에서 침략자라는 죄의식 때문에 전몰자를 추모하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 보도했다.
FT는 1차대전 당시 전투가 가장 치열했던 벨기에의 독일군 전몰자 묘지를 예로 들면서 이들 묘지를 찾는 독일인은 벨기에와 영국, 프랑스인들에 비해 현저하게 적다고 말했다.
가장 유명한 랑게마르크 독일군 전몰자 묘지의 경우 연간 18만5000명의 방문객 중 절반 이상이 영국인이며 독일인 비율은 1∼2%에 불과했다. 오히려 영국 학생들은 과거 적국이었던 독일군 묘지에 양귀비꽃을 놓고 가곤 하는데 이 꽃에는 “모든 망자를 존중한다”는 메시지가 붙어 있었다. 현지를 방문한 독일인 안드레아스 야머스(68)씨는 “아마도 독일인들은 나쁜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역사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FT에 밝혔다.
FT는 2차대전이 끝나자마자 많은 독일인이 나치즘을 비롯해 전쟁과 관련된 모든 것을 잊으려 했다고 지적했다. 또 전쟁을 거친 세대는 자식과 손자 세대로부터 존경받지 못한 채 유대인 학살과 같은 괴로운 질문들에 마주쳤다고 덧붙였다. 이런 ‘추궁’과 부끄러움이 독일인들로 하여금 과거와 멀어지도록 만들었을 것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이를 반영하듯 독일전쟁묘지위원회의 마르쿠스 메켈 위원장은 “우리는 1차대전에 대한 국가적 추모가 없다”며 “또 조부나 증조부의 1차대전 당시 편지나 사진을 간직하는 것과 같은 전통에 관심을 갖는 가족을 본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1차대전 독일군 묘역 추모자 독일인보다 많은 영국인
입력 2014-08-05 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