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이스라엘 비난 가세… 국무부 “유엔학교 폭격 경악·수치” 이례적 성명

입력 2014-08-05 02:11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했지만 약 한 달간 이어진 이번 공격의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민간인 희생이 엄청난 데다 유엔 시설도 무차별적으로 공격당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주민 약 3000명이 대피 중이던 가자지구 난민캠프 유엔학교에 포격을 가한 데 대해 “경악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무부는 젠 사키 대변인 명의로 내놓은 논평에서 이스라엘의 공격 행위를 “수치스럽다”고도 했다. 이스라엘군도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유엔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 학교 인근을 포격했다고 시인했다.

미국이 우방인 이스라엘에 이처럼 직접적이고 엄중한 비판을 가한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휴일임에도 국무부 성명을 내면서 유엔 시설에까지 공격을 멈추지 않는 이스라엘에 대한 강한 불쾌감을 표출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가자지구 분쟁이 시작된 이후 유엔 시설이 공격받은 것은 7번에 달한다. 유엔도 학교 공격을 ‘전쟁 범죄’라고 규정했다. 앞서 2일에는 워싱턴DC 백악관 주위에서 수천명이 모여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와 맞물려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도 반유대주의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격이 단행된 7월 한 달 동안 유대인이나 유대 시설을 겨냥한 사건이 영국에서 130여회나 발생했다.

거의 매일 수천명 규모의 이스라엘 규탄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프랑스에서는 점점 많은 유대인들이 이스라엘로 이주하고 있다. 특히 독일 내 반유대주의 움직임은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29일 독일 서부 도시 부퍼탈에서는 유대교회에 발화성 물질을 던진 혐의로 청년들이 체포됐으며 31일에는 유명 반유대주의 비판가의 집 창문으로 맥주병이 날아들기도 했다.

이런 국제적인 반(反)이스라엘 정서 속에 이스라엘 지상군은 가자지구에서 대부분 철수한 데 이어 7시간의 휴전을 일방 선언했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4일 오전 10시부터 인도주의적 원조와 팔레스타인 주민의 귀향을 위해 7시간 동안 휴전하며, 이스라엘군이 작전 중인 가자 남부 라파 지역은 제외된다고 밝혔다. 지난달 8일 시작한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인은 1849명에 이르며, 이스라엘은 군인 61명을 포함해 64명이 숨졌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