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는 참으로 혼란스럽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아시아 재균형 정책’과 ‘신형 대국관계’를 내세워 경쟁을 본격화하면서 남북한과 일본의 국제적 위상은 언제 급변할지 모른다. 각국이 자기네 국익을 극대화화기 위해 외교전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박근혜정부는 그동안 미국, 중국과는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했지만 북한, 일본과는 관계개선을 전혀 하지 못했다. 이를 방치할 경우 우리의 대외 전략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오는 10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는 남북 및 한·일 관계 개선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북한이 가입한 유일의 지역안보협의체인 데다 미·일·중·러 등 북핵 6자회담 참가국 외교 수장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물론 일본의 외교장관과도 자연스럽게 회담을 할 수 있다. 이런 접촉을 통해 상대방 의중을 정확히 파악해 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적절히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
남북관계 개선은 동북아에서 우리의 외교적 입지와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는 핵심적인 카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정부 초기부터 경색된 남북관계는 현 정부 들어 1년 반이 지나도록 개선의 기미조차 없다. 박 대통령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드레스덴 선언을 내놨지만 북은 흡수통일 기도라며 경계하고 있다. 이럴진댄 통상적인 교류·협력부터 확대하는 것이 더 나을 듯하다. 인천 아시안게임 응원단 협상에서의 전향적인 대응이나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 제안 등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
한·일 관계는 일본이 과거사에 대한 인식을 바꾸지 않는 한 우리가 서둘러 개선을 시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최근 일본이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고자 북한 및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북한과 일본은 이미 납치자 문제 해결과 대북제재 해제를 고리로 손을 잡았으며, 이번 ARF 회의에서 이를 재확인할 것이 분명하다. 외교가에선 일본 총리의 연내 방북을 조심스럽게 전망할 정도다.
지난달 말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면담했다. 시 주석이 센카쿠 열도 분쟁 이후 일본 주요 인사를 만난 게 처음이라는 사실은 시사점이 크다. 오는 11월 베이징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중·일 정상회담을 추진 중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으니 우리로선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과 일본이 배척받는 현 동북아 정세가 자칫 ‘한국의 고립’으로 급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의 대일, 대북 외교 역량을 한층 강화할 때다.
[사설] ARF서 북한 및 일본과의 관계개선 모색하길
입력 2014-08-05 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