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발생 112일째를 맞는다. 세월호는 남은 실종자들과 함께 아직 바다 밑에 가라앉아 있다. 우리 사회는 속 시원히 바뀐 게 없어 묵은 체증을 안고 있는 것처럼 답답하다.
변화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정치권엔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민심을 묻는 6·4 전국 동시 지방선거와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야당이 거푸 여당에 참패했다. 정부·여당에 치명적일 것 같았던 세월호 사건은 심판론과 견제론을 외쳤던 야당에 오히려 혹독한 시련을 안겼다. 야당 유명 정치인들이 줄줄이 패퇴하고 지도부 사퇴로까지 이어졌다.
국민은 정치공방에 레드카드
두 선거 결과로 분명히 확인된 게 있다. 우리 사회가 하루 빨리 세월호 상처를 치유하고 일상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이를 위한 신속한 조치와 국가 대개혁, 경제 활성화와 민생 회복에 정부·여당이 나서도록 힘을 실어줬다. 야당에는 자세 변화를 주문했다. 세월호 참사를 한껏 활용해 정국을 주도하고 대통령과 정부를 압박하려는 ‘정치적 공방’에 레드카드를 꺼냈다.
세월호로 인한 혼란스러움은 계속되고 있다. 선거 결과도 그러려니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유병언 회장의 죽음은 국민 모두를 허탈과 허망에 휩싸이게 한다. 그는 검찰과 경찰의 추적을 피해 지난 4월 잠적한 지 4개월여 만에 순천의 풀숲에서 거의 백골상태로 발견됐다.
검·경은 그동안 유씨와 그 주변사람들의 흔적을 찾아 사실관계를 맞춰가는 시간퍼즐 같은 수사를 진행해 왔다. 그런데 우리의 세월에서 유씨의 세월로 이어지는 시간퍼즐의 핵심 고리인 유씨를 갑자기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세월호 사건이 매듭지어져야 하는데 1987년 오대양 사건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유씨 관련 세월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알 수 없게 돼 가고 있다. 다 맞추지 못한 채 놔둬야 하는 퍼즐판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세월호 참사의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그 이면에 감춰진 구조적 난맥상의 고발이다. 이런저런 사람들이 배를 불리고 있었고,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났다. 유씨와 그 가족, 그 무리들이 뭘 하고 있었는지를 알게 했다. 세월호 참사와 유씨의 삶은 ‘사필귀정’ ‘인생무상’ 등 다양한 교훈을 지닌 스토리로 남을 듯하다. 우리 사회 곳곳을 떠돌 그 교훈과 편린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해내느냐는 우리의 몫이다.
두 차례 선거 승리로 정부·여당은 국정을 주도할 힘과 자신감을 얻은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 우려도 불식되는 상황이다. 동시에 남은 대통령 임기 동안 정부·여당은 세월호 참사가 던진 과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골든타임’을 부여받았다.
정치권은 골든타임 허비말라
야당도 나름의 시간퍼즐을 맞춰보면서 골든타임을 설정해야 한다. 참패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뼈아프게 성찰해야 한다. 국민 앞에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얼마나 많은 대가를 더 치러야 하는지도 가늠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에 형식적으로 접근하고 매달릴 것인지, 미래에 대한 슬기로운 설계를 할 것인지 결단해야 할 시기다.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말하는 건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아니라 미래로의 가상여행이다. 현 시점이 세월호 과제를 해결해가는 새로운 시발점과 국가 대변화의 단초가 되길 기대한다. 정치권은 빨리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고, 그것을 운용해 과거를 정리해야 한다. 미래 안전사회·안전국가를 설계하고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 적폐 해소, 미래 개척의 골든타임을 허비하거나 놓치고 있지나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김용백 사회센터장 ybkim@kmib.co.kr
[돋을새김-김용백]시간퍼즐과 골든타임
입력 2014-08-05 0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