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포항 스틸러스가 삐걱거리고 있다. 핵심 주전 선수의 이적과 인천아시안게임 차출, 빡빡한 일정 등으로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고돼 있다.
K리그 클래식 디펜딩 챔피언 포항은 4일 수원 블루윙즈와의 경기에서 동아시아 최초 팀 통산 1500골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하지만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1대 4로 참패하는 결과를 맞았다. 2012년 7월 이후 한 번도 패하지 않았던 수원전이었기에 패배의 충격은 컸다. 결국 포항은 99일 만에 1위 자리에서 내려왔다.
포항은 월드컵 휴식기 이전 12경기에서 K리그 클래식 팀 중 가장 많은 26골을 넣었지만 이후 6경기에서는 5득점을 올리는 빈공에 시달리고 있다.
주원인은 팀의 주축 선수였던 이명주가 월드컵 휴식기에 갑자기 아랍에미리트(UAE) 알 아인으로 이적한 것이다. 이명주는 전반기에만 9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포항 전력의 핵심으로 활약했다. 이명주와 쌍두마차를 형성했던 김승대도 전반기 7골로 득점 선두에 올랐지만 파트너를 잃으면서 후반기 1골에 그치고 있다. 득점 1위도 전남 드래곤즈의 이종호에게 내줬다.
팀 내 주축 선수의 해외 이적으로 가뜩이나 팀 조직력이 무너진 가운데 포항은 이 달에만 7경기를 더 치러야 하는 악조건에 시달리고 있다.
악재는 또 있다. 포항의 핵심 선수들인 김승대, 손준호, 문창진, 이광혁, 박선주 등은 다음 달에 펼쳐지는 인천아시안게임에 차출될 가능성이 높다.
포항의 사령탑인 황선홍 감독도 현재가 위기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황 감독은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공격자원이 많지 않다”며 “이 공백을 최소화하면서 어떻게 8월을 버티느냐가 올 시즌을 좌우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8월 위기를 대비하기 위해 한국 축구대표팀 임시 사령탑 자리도 고사하겠다고 밝혔다. 황 감독은 “내가 대표팀을 이끌 능력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지금 포항에 충실하기도 힘들다. 다른 상황에 대해 생각할 겨를도 없다”고 강조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주축 선수 해외 이적·빡빡한 일정… 잘나가던 포항 8월 위기 맞나
입력 2014-08-05 0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