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허약한 리더십 실망… 안철수 바라보는 새정치연합 심경 복잡

입력 2014-08-05 02:28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빈자리를 바라보는 당내 시선이 복잡하다. 안 전 대표는 7·30재보선 충격패의 책임을 지고 31일 사퇴한 이후 사실상 칩거 중이다.

선거 패배 다음 날부터 사흘간 안 전 대표에게 집중 포화가 쏟아졌다면 이후에는 “더 때리다가는 사람 잡겠다”며 자제하는 분위기다. 선거 참패와 통합과정에서 보여준 허약한 리더십에 대한 분노와 실망감이 주류를 이루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미안함과 불안감이 두루 공존한다.

안 전 대표 임기는 4개월에 불과했지만 기반이 무너졌다고 할 만큼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신뢰를 잃었다. 쉽게 말해 ‘안철수를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상황이다. 공천 파동에 연루된 호남권이나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486(40대·80년대학번·60년대생) 진영, 통합과정에서 소외된 친노무현계 등 이래저래 원한이 많이 쌓였다는 분석이다.

호남의 한 의원은 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도 안철수의 새정치를 믿는 사람이 있느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창당 초기 안 전 대표에게 우호적이었다는 민평련 소속 한 의원도 “처음에는 설마 했는데 결과적으로 속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 전 대표를 정치적 벼랑으로 몰거나 최악의 경우 당을 나가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는 있어 보인다. 경기도지사를 지낸 대선주자인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정계를 은퇴한 마당에 안 전 대표마저 잃게 된다면 당내에서 정치적 중원을 공략할 지도자는 없기 때문이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전날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갖던 세력이 다시 정치에 관심을 갖게 한 큰 공이 있다”고 안 전 대표를 두둔하기도 했다.

김한길 전 공동대표에게 화살을 돌리는 경우도 많다. 6·4지방선거 기초단체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공천을 받지 못한 한 민주당계 인사는 “솔직히 안 전 대표가 ‘꾼’들한테 당한 것 아니냐”며 “안철수의 가치는 여전하고 진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지방선거 필승을 위해 무공천을 약속하고 안 전 대표와 통합한 것인데 그 약속마저도 지키지 못했으니 염치가 없다”고 미안함을 표시했다.

안 전 대표는 말이 없지만 주변에서는 “차라리 잘됐다”는 말도 나온다. 안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재보선에서 애매하게 6∼7석 이긴 뒤 별 의미 없는 대표직을 계속 수행하느니 그만두는 게 나았을지 모르겠다”며 “어차피 욕만 얻어먹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엄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