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韓 불행한 역사 끊을 평화의 사도 되게 하소서”

입력 2014-08-05 02:29
일본 세난학원 학생들이 지난 2일 서울 주한 일본대사관 앞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세난학원 제공

지난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율곡로 주한 일본대사관 맞은편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앞.

일본 후쿠오카의 미션스쿨 세난학원(세난중·고교)의 미야자키 종교 주임이 간절히 기도했다. “하나님, 일본과 한국 사이에 다시는 이처럼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인도하소서. 평화를 위해 우리가 하나 되게 하소서.” 소녀상 앞에 둘러선 학생들도 함께 두 손을 모았다.

이들은 세난학원 소속 교사와 학생 20여명으로 지난 1일 방한해 충남 천안 하늘중앙감리교회(유영완 목사)와 함께 진행하는 역사·문화 교류 프로그램의 하나로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을 방문했다.

한국 방문이 처음인 학생들 대부분은 자기 나라의 대사관 앞에 한국인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이 놓이게 된 사연을 듣는 내내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는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안내자가 설명하는 내용을 수첩에 적기도 했다. 방문단은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을 비롯해 경복궁, 천안 독립기념관 등을 3일까지 견학하고 4일 부산에서 배를 타고 귀국했다.

세난학원 교감인 야마우치 요시히로 장로는 “일본과 한국이 역사와 영토 문제 등에서 갈등을 겪고 있지만 이런 작은 교류가 ‘평화의 사도’를 키워내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난학원과 하늘중앙감리교회의 상호교류 행사는 올해로 10년째다. 2005년 당시 세난학원의 종교 주임이었던 야마우치 장로는 일본과 한국의 역사에 대한 바른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일본 웨슬리안성결교단 소속 김흥규(재한 일본인은혜교회) 담임목사를 통해 하늘중앙감리교회를 소개받으면서 양 기관은 매년 한국과 일본을 번갈아가며 역사·문화·기독교 교류 프로그램을 이어오고 있다. 내년에는 하늘중앙감리교회 소속 중·고등부 학생들이 후쿠오카 현지 세난학원과 나가사키 일대를 방문할 예정이다. 유영완 목사는 “한·일 양국의 화해를 도모하고 청소년 평화운동을 확산시키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꾸준히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세난학원은 1916년 찰스 K 도지어 미국 남침례회 소속 선교사가 설립한 후쿠오카 최초의 남자 사립 중학교로 출발했다. 태평양전쟁 발발로 1941년부터 45년까지 영문과가 없어지고 선교사가 추방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현재 1300여명 규모의 중·고교를 비롯해 유치원과 초등학교, 대학교와 대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1905년 창립된 하늘중앙감리교회는 1대 안창호 목사와 8대 신석구 목사 등이 일제 강점기 3·1운동과 신사참배 반대 등으로 투옥되는 등 고초를 겪은 민족교회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