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이 끝난 지 60년이 지났지만 전쟁의 상흔은 아직도 짙게 남아 있다. 매년 북한의 지뢰가 강을 따라 비무장지대를 넘어 내려오고 있고,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민간인들이 지뢰 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다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도 연천의 민통선 근처에서 트랙터로 밭을 갈던 유모(68)씨가 지뢰 사고로 숨졌다. 이렇게 지뢰 사고를 당한 민간인이 1000명을 넘는다고 한다. 무고한 민간인들이 평화의 시대에 난데없이 전쟁무기에 의하여 살상당하고 있다니 큰일이다.
이 같은 지뢰 피해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국제적 비정부단체가 국제대인지뢰금지캠페인(ICBL)이다. 이 단체는 1997년 12월 오타와조약이라 부르는 유엔의 대인지뢰금지협약을 만들었고, 당시 대표인 조디 월리엄스와 함께 노벨 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다. 현재 161개 나라가 이 조약에 가입해 있다.
지난 6월 하순 모잠비크의 수도 마푸트에서 조약의 가입국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유엔의 제3차 조약국검토회의가 개최됐다. 내전을 치르면서도 지뢰 사용을 자제하고 있는 모잠비크를 비롯한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가 앞 다투어 지뢰금지 운동의 성과를 발표했고, 아시아에서는 캄보디아 스리랑카 등이 지뢰사고 경감으로 평화를 되찾고 있었다. 또한 이번 회의에는 미국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싱가포르 등 미가입 국가들도 옵서버를 파견해 관심을 보였다. 조약에 가입한 국가는 4년 이내에 비축한 지뢰를 파괴해야 하고, 9년 이내에 매설된 지뢰를 제거해야 한다는 규정을 잘 이행하고 있다. 그동안 87개국에서 4700만발의 비축지뢰를 파괴했고, 27개국에서 지뢰제거를 완료했다. 이에 매년 2만명에 달하던 희생자는 현격하게 줄었고, 지뢰 피해자를 위한 다양한 지원 사업이 전개되고 있다. 캄보디아에서는 1998년 1248명이 지뢰 사고를 당했으나 지난해에는 186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을 비롯해 60개국에서 매년 4000여명이 지뢰 사고로 희생되고 있는데, 이 가운데 반 이상이 어린이들이다.
지뢰 문제의 해결은 긴 여정이 될 것이지만 지난 10여년간의 성과를 생각하면 새로운 가능성을 찾게 된다. 제3차 조약국검토회의에서 모잠비크 주재 대사인 그리피스 미국대표가 처음으로 참석해 “미국은 가입국이 아니지만 조약에서 규정하는 어떤 대인지뢰도 갖지 않을 것이며 조약에 따른 문제의 해결을 성실히 모색해 가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보고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폐막연설에서 미가입국들이 대인지뢰 사용을 포기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 강력히 비난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재원을 지뢰 제거 및 피해자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 지뢰금지 운동이 시작된 1993년부터 지금까지 미국 정부는 2조3000억원을 캄보디아 앙골라 아프가니스탄 등에 지원했고, 특히 미군이 매설한 베트남의 지뢰 제거와 피해자 지원에 많은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은 한국전쟁을 계기로 100만발 이상의 지뢰가 매설되어 있는데 그중 80%는 군사목적상 불필요한 미확인 지뢰지대로 형성되어 있다. 정부도 미확인 지뢰지대의 지뢰를 제거하기 위하여 지뢰제거업법 등을 발의했으나 대통령 공약인 DMZ 평화공원 조성 등을 위해서라도 더욱 시급히 지뢰 제거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 40억원 이상을 유엔 등에 출연해 외국의 지뢰제거 및 피해자를 지원했으나 국내의 민간인 피해자들은 소외된 상태다. 다행스러운 것은 10년 이상 끌어오던 민간인지뢰피해자지원법이 지난달 15일 국회 법사위에서 통과된 점이다. 지뢰 피해자 가족들의 오랜 숙원인 법안이 국회에서 잘 결의돼 평화의 시대에 전쟁의 상흔을 입고 살아가는 민간인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조재국 (연세대 교수·㈔평화나눔회 대표)
[기고-조재국] 지뢰금지운동 성과와 한국의 과제
입력 2014-08-05 02:35